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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03 [아프로⑥] 편견 없는 아프리카 여행을 가이드하다- 이정화 오지투어아프리카여행 팀장 [월드코리안뉴스]

관리자 / 2021-06-03 오전 8:31:00 / 1492

오지투어의 이정화 팀장은 아프리카에 대한 열정을 숨기지 않는다. 가나에서의 1년간 생활부터 서부 아프리카 횡단 여행, 출장길에서 경험한 동남부 아프리카 국가와 지역의 다양한 모습, 수많은 책과 영화 속 아프리카를 탐험하며 느낀 생각들을 블로그에 빼곡히 기록하며, 보고 듣고 느낀 아프리카를 진솔하게 표현한다. 사랑하는 만큼 보이는 것이 많기 때문일까?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과 맞서 싸우고, 아프리카와 관련된 일에 대해서는 보다 정확한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말을 고르고 또 고른다. 불필요한 동경과 동정 없이, 보다 많은 이들이 있는 그 자체로 아프리카 대륙의 매력을 잘 볼 수 있도록, 이정화 팀장은 이렇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차근차근 찾아 실행하고 있다.

예측할 수 없는 여행 그 자체의 의미, 막여행자의 기록

원래 겁은 없고 호기심이 많은 성격이다. 여행을 좋아하지만 특별히 무엇을 보겠다는 목표를 세워서 다니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나에게 여행은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을 경험하는 그 자체다. 그래서 스스로 붙인 별명이 ‘막여행자’다. 이런 내가 아프리카 대륙에 처음 발을 디딘 것은 2015년이었다. 친언니가 한국국제협력단(KOICA) 단원으로 에티오피아에서 지낸 덕분에 아프리카 지역의 해외 파견 인턴 업무에 도전했고, 나는 그렇게 가나에서 1년을 생활했다.

그러나 가나에서의 생활은 예상과는 달랐다. 내가 있었던 지역은 수도 아크라(Accra), 그곳에서도 서울로 치면 마치 한남동처럼 대사관저를 비롯해 외국기업들이 자리한 가장 안전하고 살기 좋은 지역이었다. 숙소의 벽에는 먼저 지내던 인턴들이 붙여 놓은 가나 지도가 있었다. 원래 지도만 봐도 가슴이 뛰는 편이지만 처음 몇 달 동안 바로 보고 비스듬히 보고 뒤집어 보기도 했던 그 지도 속으로는 도무지 뛰어들 엄두가 나지 않았다.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과연 고생을 하면서 한 여행의 가치가 있을지, 무엇보다 체계가 제대로 잡혀 있지 않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가나의 가장 남쪽에 위치한 아크라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지 못했다.

그렇게 몇 달을 고민하다 세상 밖으로 낸 용기의 첫발은 바로 대중교통 이용하기였다. 가나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이용하는 대중교통은 트로트로(Trotro)라는 승합차 크기의 버스다. 노선도 불확실하고 좁은 공간에 남녀노소 모두 끼여 타는 형태라 불편하기 때문에 외국인이 트로트로를 이용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아크라에서의 삶을 트로트로와 함께 즐기기 시작하면서 현지의 생활이 조금 더 눈에 들어왔다. 당연히 대부분의 시스템이 타지인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들었고 치근덕대는 이들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우리나라처럼 무엇이든 빨리빨리 해결되는 것이 이상한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조금씩 생활의 반경을 현지 삶으로 넓혀가다 보니 다섯 달 후에는 지도 속 이름으로만 존재했던 가나의 도시들을 하나둘 만나는 용기도 생겼다.

1년간의 가나 파견 근무를 마치고 귀국하기 전 원래 계획했던 여행지는 유럽이었다. 그래서 유럽의 관문인 터키로 가는 비행기표도 이미 사 놓은 상태였다. 그런데 막상 내가 좋아하는 여행이라는 게 다 갖춰진 지역의 명소들을 돌아보는 것이 아닌 하나하나 스스로 찾아내는 여정이라는 데에 생각이 미쳤다. 내가 살던 가나 근처의 서아프리카 나라들이 제격이었다. 가나에서 시작해 스페인까지 올라가는 루트를 짰다. 여행정보도 없고 미지와 무지의 상태였기에 두려움이 앞섰지만 무슨 배짱이었는지 나는 터키에서 다시 가나로 가는 항공권을 질러버렸다. 그렇게 두 달간 가나에서 시작해 토고, 베냉, 코트디부아르, 말리, 세네갈 등 10개국을 다니며 지구 반대편의 생소한 땅을 가로질렀다.

모든 여행지는 전부 다른 매력이 있었지만 쉽지만은 않았다. 인프라와 정보도 턱없이 부족했다. 많이 부딪치고 되돌아가기도 했던 이 여정은 나에게 많은 것을 얻게 해줬다. 여행은 목적지에 다다르는 것뿐 아니라 그곳을 향해 떠나는 순간부터 이미 그 의미가 충분하다는 사실에 더욱 깊이 공감하게 된 것이다. 아마 그 길을 가지 않았더라면, 맛있고 아름답고 좋은 것을 경험하는 것만이 여행이 아니라고 지금처럼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여행의 시작은 여행지에 대한 올바른 인식에서부터

여행을 다녀온 이후 난 소위 아프리카 ‘덕후(열렬한 매니아)’였지만 아프리카와 관련된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직업적으로는 관광산업에 종사하고 싶었고 그중에서도 ‘공정여행’에 관심이 있었기에 2017년 오지투어에 입사했다. 오지투어는 2010년 중남미 전문으로 특수지역 전문 여행사다. 마침 아프리카여행팀을 새로 만들고 교육생으로 입사했으나 선임팀장이 개인 사정으로 그만두는 바람에 얼마 되지 않아 사내 유일한 아프리카 지역 담당직원이 돼 버렸다. 처음에는 난감했지만 오히려 새로운 기회가 보였다. 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는 기회 말이다.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기존 문서에 있던 잘못된 표현들부터 조금씩 고쳐 나가는 것이었다. 아직까지도 아프리카를 대륙이 아닌, 하나의 나라로 뭉뚱그려 생각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륙 내 이동 항공노선을 ‘국내선’이라 표현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새로 작성한 정보집에서는 같은 대륙 안에서 이동하지만 국경을 넘는 노선의 표현은 모두 ‘역내선’으로 바꿨다. 자칫 아프리카가 하나의 국가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