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29일, 코트디부아르 아비장(Abidjan)에서 열린 아프리카개발은행(African Deve 한·아프리카재단 조사연구부가 매주 전하는 최신 아프리카 동향과 이슈 |
아프리카개발은행(AfDB) 제9대 총재 선출, 무엇이 달라질까? |
2025년 5월 29일, 코트디부아르 아비장(Abidjan)에서 열린 아프리카개발은행(African Development Bank: AfDB) 제60차 연례 총회에서 시디 울드 타(Sidi Ould Tah) 모리타니아 前 경제부장관이 제9대 총재로 선출됐다. 타 신임 총재는 아킨우미 아데시나(Akinwumi Adesina) 현 총재의 뒤를 이어, 오는 9월 1일부터 5년 임기를 시작할 예정이다. |
AfDB는 아프리카 지역 연대와 경제 통합 추진하기 위해 1965년 설립된 다자간 지역개발은행으로, 아프리카 국가들이 경제 및 사회 인프라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올해 기준 81개국이 AfDB 설립조약에 가입되어 있으며*, 각국은 납입한 자본금 비율에 따라 의결권을 부여받고, 이를 통해 주요 정책과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한다**. AfDB는 회원국들의 출자금이나 아프리카개발기금(African Development Fund: ADF)을 비롯한 양허성 자금을 포함해 약 3,200억 달러 규모의 자본금(authorized capital)을 운용하고 있다. *81개 회원국은 아프리카 지역 54개 국가와 비(非)아프리카 지역 27개 국가로 구성되어 있다. **공식적으로는 ‘회원국(member state)’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만, 자본금을 출자하고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주주(shareholder)’라는 용어도 병용된다. AfDB 총재 선거는 단순한 인사 절차를 넘어, 회원국 간 이해관계가 집중되는 정치적 협상 과정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신임 총재는 향후 5년간 아프리카 개발 전략과 자금 운용 방향을 설계하고 이끌 핵심 인물로서, AfDB의 정책 노선 및 아프리카 대륙 내 위상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칠 예정이다. 올해 초 출범한 美 트럼프 행정부가 대규모 대외원조 삭감을 단행하면서, AfDB는 전체 지원금의 최소 30%를 상실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됐다. 그러나 The Economist 紙는, 아프리카연합(AU)이 제도적 구속력이 약하고 실행력을 갖춘 개발 파트너가 부재하다는 점에서 한계를 드러내는 상황에서, 오히려 AfDB가 정당성과 전략, 자금력을 기반으로 아프리카 통합을 실질적으로 이끌 수 있는 범아프리카 기관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주 아프리카 위클리는 공개된 보도자료 및 국내외 언론기사를 바탕으로 제9대 AfDB 총재 선출 과정과 결과를 정리하고, 타 신임 총재의 경력과 주요 발언을 통해 향후 리더십 방향과 AfDB의 변화 가능성을 짚어본다. |
+ AfDB 총재 선거 절차와 결과: 신속하고 이견없이 마무리된 선거 |
AfDB 총재 선거는 아프리카 지역 회원국의 공식 추천을 받은 해당국 국민만이 후보로 등록할 수 있으며, 통상적으로 각국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 등 고위급 공공부문 인사가 출마한다. 금번 선거는 2025년 1월 말까지 후보 등록을 마친 후, 같은 해 5월 AfDB 연례 총회 기간 중 81개 회원국이 참석한 가운데 최종 후보 5인을 대상으로 투표가 진행됐다*. *국가별 납입자본금 비율에 따라 의결권 비중이 달라지며, 나이지리아(9.33%), 미국(6.33%), 이집트(6.33%), 알제리(5.33%), 남아프리카공화국(5.06%)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비아프리카 지역 회원국들은 전체 의결권의 약 41%를 보유한다. ▲최종 후보 5인 명단 (가나다 순) - 마하마트 아바스 톨리(Mahamat Abbas Tolli, 차드) - 바자불리레 스와지 차발랄라(Bajabulile Swazi Tshabalalala, 남아프리카공화국) - 사무엘 마임보(Samuel Maimbo, 잠비아) - 시디 울드 타(Sidi Ould Tah, 모리타니아) - 아마두 호트(Amadou Hott, 세네갈) 선거는 전자 방식이 아닌 종이 투표로 진행되며, 투표의 비밀은 보장된다. 당선 요건은 ①아프리카 지역 회원국 과반(50.01%)과 ②전체 회원국 과반(50.01%)의 지지를 모두 충족해야 하며, 하나라도 만족하지 못할 경우 당선될 수 없다. 이러한 조건으로 인해 총재 선거는 통상 여러 라운드에 걸쳐 진행되며, 각 라운드에서 하위 득표 후보가 전략적으로 사퇴하면서 연대 구도가 형성되고 최종 당선자가 가려진다. 이번 선거에서 타 신임 총재는 3라운드 끝에 최종 당선됐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그는 아프리카 지역 회원국 기준 72.37%, 전체 회원국 기준 76.18%를 득표하며 압도적인 지지를 확보했다. 첫 라운드에서는 잠비아의 사무엘 마임보 후보가 전체 회원국 기준 40.41%로 타 후보(33.21%)를 앞섰지만, 아프리카 지역 회원국 기준에서는 타 후보가 47.03%로 마임보 후보(26.57%)를 크게 앞서며 초반부터 존재감을 드러냈다. ▲주요 후보 2인의 라운드별 득표율 (아프리카 지역 / 전체 회원국 기준) - 시디 울드 타(Sidi Ould Tah, 모리타니아) ①라운드: 47.03% / 33.21%, ②라운드: 68.42% / 48.41%, ③라운드: 72.37% / 76.18% - 사무엘 마임보(Samuel Maimbo, 잠비아) ①라운드: 26.57% / 40.41%, ②라운드: (미확인) / 36.68%, ③라운드: (미확인) / 20.26% 2015년 아데시나 현 총재의 연임 당시에는 무려 6라운드에 걸친 접전 끝에 전체 회원국 기준 58.1% 득표로 당선된 바 있다. 이와 비교하면, 타 신임 총재의 당선은 이례적으로 신속한 합의가 이루어진 결과로 평가된다. 산드라 카삽(Sandra Kassab) 프랑스개발청(Agence Francaise de Developpement: AFD) 아프리카 담당 국장은 이번 선거가 “신속하고 이견 없이(swift and consensual)” 마무리되었다고 평가했다. 아프리카 및 비아프리카 지역을 아우르는 폭넓은 지지를 확보한 타 신임 총재는 이러한 정치적 정당성을 기반으로, 취임 초부터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역대 AfDB 총재 목록 ① 마문 베히리(Mamoun Beheiry, 수단) - 1964~1970 ② 압델와합 라비디(Abdelwahab Labidi, 튀니지) - 1970~1976 ③ 크와메 돈코르 포드워(Kwame Donkor Fordwor, 가나) - 1976~1980 ④ 윌라 문곰바(Willa Mung’Omba, 잠비아) - 1980~1985 ⑤ 바바카르 은디아예(Babacar N’diaye, 세네갈) - 1985~1995 ⑥ 오마르 카바즈(Omar Kabbaj, 모로코) - 1995~2005 ⑦ 도날드 카베루카(Donald Kaberuka, 르완다) - 2005~2015 ⑧ 아킨우미 아데시나(Akinwumi Adesina, 나이지리아) - 2015~2025 ⑨ 시디 울드 타(Sidi Ould Tah, 모리타니아) - 2025~2030(예정) |
+ AfDB 신임 총재의 경력과 실적: 아프리카-아랍 세계를 연결할 적임자 |
AfDB 회원국들은 왜 시디 울드 타 신임 총재를 선택했을까? ‘아프리카와 아랍 세계를 잇는 사람(someone who bridges Africa and Arab world)’이라는 그의 선거 슬로건처럼, 타 신임 총재는 아프리카와 중동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수행해온 인물로, 아랍권 회원국의 투자를 아프리카로 유치할 수 있는 역량과 경험을 갖춘 후보로 평가받았다. 특히, 수단 카르툼(Khartoum)의 아랍농업투자개발청(Arab Authority for Agricultural Investment and Development), 사우디아라비아 제다(Jeddah)의 이슬람개발은행(Islamic Development Bank: IsDB) 등 아랍권 유관 개발금융기관에서의 실무 경험은 그가 아프리카-중동 간 복합적인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실질적인 투자 유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인물임을 보여준다. 최근 AfDB는 양허성 재원 감소, 미집행 자본의 효율적 운용 문제 등으로 인해 실질적인 투자 유치 역량 강화가 시급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타 신임 총재의 이러한 경력은 회원국들의 신뢰를 얻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나아가 타 신임 총재는 최근 10년간 아프리카경제개발아랍은행(BADEA)* 행장으로 재직하며 아랍 연맹**의 개발 자금을 아프리카 대륙에 연계하는 사업을 주도해왔다. 그는 “아랍 세계가 아프리카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아프리카 대륙과 관련된 실제 또는 인지된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AfDB와 같은 파트너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스스로를 아프리카와 아랍 세계를 연결할 적임자로 부각시켰다***. *1973년, 아랍 연맹(Arab League)이 아프리카 국가 개발을 위해 설립한 다자간 지역개발은행이다. **1945년, 아랍 국가 간 협력을 목적으로 설립된 지역기구로, 모로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알제리, 이집트, 튀니지 등 22개국이 회원국으로 참여 중이다. ***타 신임 총재는 2006년부터 2015년까지 모국 모리타니아 정부에서 대통령 고문, 총리, 경제재무부 장관, 경제개발부 장관 등 여러 고위직을 역임한 바 있다. BADEA 재임 시 그는 뚜렷한 성과를 남겼다. 2015년부터 2025년까지 행장으로 재직하며, BADEA의 자산 규모는 42억 달러에서 200억 달러로 4배 이상 증가했고, 연간 승인액과 집행액은 각각 12배, 8배 뛰었다. 반면 부실 채권(non-performing loan) 비율은 10%에서 0.5% 미만으로 급감했다. 한때 개발금융 업계에서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BADEA는 이러한 성과에 힘입어 지난달 국제신용평가사 S&P로부터 최고 등급 한 단계 아래인 AA+를 부여받으며 아프리카 개발 파트너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했다. 선거에 가장 늦게 합류한 후보였던 타 신임 총재는 모하메드 울드 가주아니(Mohamed Ould Cheikh El Ghazouani) 모리타니아 대통령이 AU 의장 재임 중(2024.2.~2025.2.) 구축한 외교적 인프라를 적극 활용했다. 더불어 BADEA 재직 시기에 쌓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아랍 연맹 소속 AfDB 회원국들의 지지를 전략적으로 이끌어냈다. |
+ AfDB 신임 총재의 비전과 목표: 자원 조달과 재분배를 조율하는 지휘자 |
아킨우미 아데시나 현 총재는 10년간 쥐고 있던 지휘봉을 내려놓는다. 그는 2015년 930억 달러였던 AfDB 자본금을 2025년 3,200억 달러 규모로 성장시켰다. 다만 일각에서는 아데시나 총재가 확보한 자본을 적극적으로 집행하지 않고 축적하기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데, 일례로 세르주 에쿠에(Serge Ekue) 서아프리카개발은행(Banque Ouest Africaine de Developpement: BOAD)* 총재는 The Africa Report 紙와의 인터뷰에서, “AfDB는 비슷한 규모의 미주개발은행(Inter-American Development Bank: IDB)**보다 훨씬 적은 일을 하고 있다”며, 신임 총재가 조달한 자본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1973년, 서아프리카경제통화연합(Union Economique et Monetaire Ouest-Africaine, UEMOA)이 동 지역 국가들에 개발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다자간 지역개발은행이다. **1959년, 미국과 중남미 국가들이 라틴 아메리카 및 카리브해 지역 국가들에 개발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세계최초의 다자간 지역개발은행이다. IDB는 2023년말 기준, 1,700억 달러 규모의 자본금(subscribed capital)을 운용하고 있다. 전임 총재가 ‘5가지 우선순위(High 5)’ (①식량공급(Feed), ②전력공급(Power), ③통합(Integrate), ④산업화(Industrialise), ⑤삶의 질 향상(Improve the quality of life)를 중심에 두고 AfDB를 이끌었다면, 타 신임 총재는 다음의 4가지 핵심 의제를 바탕으로 새로운 전략 구성을 예고했다. ▲타 신임 총재의 4가지 핵심 의제(cardinal points) ① 아프리카 금융 구조 재편(reform Africa’s financial architecture) ② 인구 증가세를 경제적 역량으로 전환(convert the continent’s demographic dividend into economic strength) ③ 천연자원을 활용한 산업화 촉진(promote industrialisation by harnessing natural resource) ④ 대규모 자본 유치(unlock large-scale capital) 타 신임 총재는 아프리카 대륙의 전력화를 목표로 한 Mission 300*, Desert to Power**를 산업화 촉진 및 경제력 증진의 바람직한 사례로 언급했으며, 금융 구조 개혁에 있어서는 아프리카수출입은행(Afreximbank)***, 아프리카금융공사(Africa Finance Corporation, AFC)**** 등 유관 개발금융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AfDB가 자원 조달과 재분배를 조율하는 ‘지휘자(conductor)’이자 ‘촉매제(catalyst)’로서 기능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2030년까지 사하라이남 아프리카 인구 3억 명에게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AfDB와 세계은행(World Bank)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프로젝트이다. **2030년까지 사헬 지역 인구 2.5억 명에게 10GW 규모의 신재생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AfDB가 추진하는 프로젝트이다. ***1993년, 아프리카 대륙 내 무역 촉진 및 금융지원을 목표로 설립된 범아프리카 무역금융 특화형 다자간 개발은행이다. ****2007년, 아프리카 인프라 개발 및 민관협력(Public Private Partnership, PPP) 기반 투자에 중점을 두고 설립된 역내 개발금융기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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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fDB가 전망한 미래와 새로운 리더십: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을까 |
AfDB는 제60차 연례 총회 기간(2025.05.26.~2025.05.30.) 중 2025년 「2025 아프리카 경제 전망(African Economic Outlook 2025)」보고서를 발표했다. 동 보고서는 미국이 부과한 새로운 무역 관세로 인한 불확실성을 이유로 아프리카 대륙의 2025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1%에서 3.9%로 하향 조정했고, 2026년 전망치 또한 기존 4.4%에서 4.0%로 낮췄다. AfDB는 동 보고서를 통해 올해 초부터 악화된 글로벌 거시경제 환경은 글로벌 수요를 둔화시키고 아프리카의 수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비록 미국이 아프리카의 연간 대외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에 불과하지만, 아프리카 대륙 전반은 이미 원자재 가격 하락과 금융자산 가치 하락의 영향을 체감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美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의회에 2026년 AfDB에 지급할 예정이었던 예산 5.5억 달러의 예산 전액을 삭감하는 예산안을 제출했으며, 백악관은 이 조치가 단순한 자금 삭감이 아닌 ‘전략적 방향 재조정(realignment)’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AfDB는 외부의 재정 압박뿐 아니라, 내부적으로 ▲분산된 전략과 집행력 부족, ▲과도한 회장 권한 집중, ▲비효율적인 내부 거버넌스, ▲민간투자 유치 한계 등 여러 구조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예컨대, 코로나19 당시 AfDB는 100억 달러의 지원을 약속했음에도 실제 집행액은 37억 달러에 그쳤고, ‘High 5’ 전략 역시 지나치게 많은 분야를 포괄한 결과 실질적 차별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고 The Africa Repor 紙는 분석한다. 내부 감시 기능의 한계와 이사회 운영의 비효율성, 개발금융기관으로서의 실질적 영향력 부족은 AfDB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타 신임 총재가 이러한 한계를 인식하고 개혁 과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그는 “이제 일할 시간(it’s time to work)”이라는 당선 수락 발언을 통해 말보다 실천을 중시하는 리더십을 예고했다. 순탄치 않은 대외환경 속에서, 타 신임 총재가 올해 총회의 주제처럼 ‘아프리카의 자본을 아프리카 발전에 더 효과적으로 활용(Making Africa’s Capital Work Better for Africa’s Development)’함으로써, AfDB를 보다 효율적이고 신뢰받는 범아프리카 기관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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