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바브웨의 영화 및 영화 산업은 시간이 지나며 발전해 왔으나, 여전히 그 방대한 잠재력이 경제적·문화적으로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짐바브웨는 문화적 다양성과 풍부한 스토리텔링 자원을 보유한 국가이지만, 현재까지는 재정과 인프라, 유통망, 정책 등의 구조적 문제로 인해 영화 산업의 성장이 제약을 받고 있다.
짐바브웨 영화 산업은 식민지와 정치·경제적인 불안정 시기를 거치며 오랫동안 침체되었다. 현재에도 고질적인 자금 부족과 제작·촬영 장비 부족, 교육 인프라 미비, 정부 지원 부족, 국제 배급망 부재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배경으로 인해 재능 있는 감독이나 작가들도 대부분 자비로 제작하거나 외부 기부에 의존해야 하는 실정이다. 2015년 보고서에 따르면, 인구 1,300만 명의 짐바브웨에는 전국적으로 영화관이 5곳에 불과해, 1980년대에 수도 하라레에만 14개 상영관이 있던 시절과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짐바브웨는 다민족 사회로서 다양한 전통과 민속 이야기, 역사적 맥락을 지닌 독창적 콘텐츠의 보고이다. 짐바브웨 영화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로맨틱 코미디 ‘쿡오프(Cook Off, 2017)’를 꼽을 수 있다. 이 영화는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되며 국제적인 주목을 받아 짐바브웨 영화의 글로벌 성공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외에도 ‘샤이나(Shaina, 2020)’, ‘플레임(Flame, 1996)’, ‘네리아(Neria, 1993)’ 등 다양한 사회·정치적 주제를 다룬 영화들이 공동체의 정체성과 경험을 생생히 반영하고 있어 한국에도 추천할 만한 영화들이다.
짐바브웨에는 오랫동안 체계적인 영화 정책이 없었으나, 2024년 11월 짐바브웨 국립예술위원회(National Arts Council of Zimbabwe, NACZ)가 ‘영화 및 TV 전략 2025-2030’을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영화 산업 재건에 나섰다. 이 5개년 전략은 거버넌스 및 규제, 영화 산업 자금 조달 및 재정 지원, 인프라 및 시설, 저작권 보호, 국내외 협력, 시장 및 유통 채널, 영화 교육 및 훈련, 포용성, 연구 개발 등 9개 전략축을 통해 주요 과제를 해결하고 영화 산업을 재활성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2030년까지 중상위 소득국가로 도약하겠다는 국가 비전과도 부합하여, 영화산업을 경제 성장의 한 축으로 삼겠다는 정부 의지를 담고 있다.
글로벌 협력의 측면에서도 유의미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짐바브웨 시네마협회(Cinema Society of Zimbabwe, CSZ)는 선별된 짐바브웨 영화를 국제 관객에게 스트리밍하기 위해 넷플릭스와의 계약을 성사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였으며, 영국의 영화관 체인과 연계해 유럽 상영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공동 제작 및 상호 상영도 확대하고 있다. 짐바브웨 내에서도 여러 영화제를 개최해 세계 각국의 영화 제작자들을 유치하고 홍보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짐바브웨는 한국 영화산업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한국처럼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같은 신기술을 활용해 짐바브웨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을 몰입형 콘텐츠로 만들어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다. 한국은 전국적으로 영화관 체인(롯데시네마, 메가박스, CGV 등)을 통해 많은 영화를 상영하며 영화 산업을 적극 지원한다. 한국 영화가 세계적 성공을 거둔 이유는 문화적 특수성과 정체성을 보존하고, 제작 과정에서 창의적 자유와 유연성을 장려하며, 예측 불가능한 스토리텔링을 우선시하고, 배우와 감독 간 협업을 촉진하며, 인재 개발에 과감히 투자하는 등 성장과 인정을 위한 기회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이제 활력을 되찾은 짐바브웨 영화 산업도 경제 회복을 이끄는 것은 물론, 국가 정체성을 강화하고 짐바브웨의 이야기를 전 세계에 알리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적절한 투자와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이 산업은 국가의 경제와 문화적 지형을 바꾸는 큰 동인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