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이집트 사회에서 금기시돼 온 주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2018년 아인 샴스 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아동 성학대가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으나 제대로 보고되지 않거나 외면되고 있다. ‘람 샴세야’는 우리가 신뢰하던 사람에게서 성학대가 벌어지는 현실을 보여준다.
제목 ‘람 샴세야’는 드라마의 주제를 영리하게 암시한다. 아랍어에서 ‘람 샴세야’는 ‘존재하지만 발음되지 않는 무음 문자(silent letter)’를 의미하는데, 이는 침묵을 강요당한 피해자들과 숨겨진 학대를 은유적으로 나타낸 기제이다. 작가 마리암 나움 (Mariam Naoum)과 감독 카림 엘 셰나위 (Karim El-Shenawy)는 어린 배우를 보호하기 위해 ‘세이프 이집트(Safe Egypt)’의 창립자 사라 아지즈 (Sara Aziz)와 협업하며, 어려운 장면에서 아지즈가 직접 촬영 현장에 참여해 윤리적이고 안전한 환경을 조성했다.
시청자들은 인스타그램에 자신들이 과거에 겪었던 학대를 고백하며 드라마를 통해 치유받았다는 내용을 올렸다. ‘스쿱 엠파이어(Scoop Empire)’ 같은 미디어는 이 드라마가 아동 성폭력을 과도한 설명 없이 섬세하게 풀어냈다고 극찬했고, 이집트 여성위원회(Egyptian National Council for Women)도 이 드라마가 라마단 기간 동안 여성의 역할 증진과 가정폭력, 성폭력 문제를 다뤘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런 주제들이 아이들에게 불안감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거나, 그루밍을 동성애로 오해하는 문제도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가정과 학교에서의 올바른 인식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드라마 방영 몇 주 후 실제로 발생한 야신 사건에서 법원은 지속적인 압박에 더해 가해자에게 협박과 강요 혐의를 추가해 드라마처럼 종신형을 선고했다. 이 사건은 침묵이 정의를 지연시킨다는 교훈을 이집트 사회에 남겼다.
문화 기관과 창작자들도 반응하고 있다. 아동·모성 위원회(National Council for Childhood and Motherhood)는 야신 사건에 법률적 지원을 하고, 드라마를 활용해 핫라인과 법적 인식을 확산시켰다. 전문가들은 이런 사회적 가시성이 피해자들에게 용기를 주며, 공동체 속에서 회복 가능성을 열어준다고 말한다. 이제 ‘람 샴세야’는 드라마를 넘어 하나의 운동으로, 정부와 NGO, 작가, 시청자들이 힘을 합쳐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발판이 됐다. 예술은 사회를 반영할 뿐만 아니라 변화시킬 수 있다. 더 많은 창작자들이 이 길을 따른다면, 더 많은 피해자들이 치유되고, 더 많은 아이들이 보호받을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