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약 1년 전인 2024년 6월 25일, 케냐에서는 생필품 등에 대한 부가가치세 및 소비세 인상을
한·아프리카재단 조사연구부가 매주 전하는 최신 아프리카 동향과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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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정부 시위의 재점화: 폭력으로 격화된 케냐 시위와 정부의 강경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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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약 1년 전인 2024년 6월 25일, 케냐에서는 생필품 등에 대한 부가가치세 및 소비세 인상을 골자로 한 재정 법안 반대 시위로 인해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그리고 현재, 케냐 전역에서 정부를 향한 대규모 시위가 재점화되고 있다. 이번 시위는 블로거 알버트 오즈왕(Albert Ojwang)이 경찰 구금 중 폭행으로 사망한 것이 기폭제가 되어, 대중의 분노가 다시 한 번 폭발한 데에서 비롯되었다.
시위는 전국적으로 격화되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방화와 약탈이 발생했고 경찰은 실탄과 물대포로 대응했다. 윌리엄 루토(William Ruto) 대통령은 시위에 대해 “헌법을 위반한 정권 전복 시도”라고 규정하고 강경 대응 방침을 천명했으며, 이로 인해 인적·물적 피해는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아프리카에서 가장 안정적인 국가로 꼽히며 서방의 주요 외교·안보 파트너로 기능해온 케냐의 이 같은 정세 변화는 역내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위클리에서는 케냐 시위의 동향과 인접국에 미칠 영향에 대해 다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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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25 재정법안 반대 시위 1주년, 7.7 민주화 운동 35주년과 맞물린 대규모 시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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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5일, 재정법안 반대 시위 1주년을 맞아 케냐 전역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최소 39명이 사망하고 361명이 부상을 입었던 지난해의 시위를 기억하고자, 시위대들은 나이로비(Nairobi), 몸바사(Mombasa), 나쿠루(Nakuru) 등 주요 도시들에서 행진을 벌였다. 일부에서는 경찰서를 포함한 정부청사를 방화하고 민간 상점을 약탈하는 사건이 일어나는 등 폭력사태로 번졌다.
이 같은 사태에 대해 정부는 경고 메시지를 발신하는 동시에 대통령 집무실 및 관저, 시청, 의회로 이어지는 도로를 봉쇄하고, 시위 생중계 중단을 지시하는 등 통제를 강화했다. 또한 내무부 장관은 26~27일 기자회견을 통해 금번 시위를 “테러 행위이자 정권교체를 위한 쿠데타 시도”였다고 주장하며, 범죄 의도를 가지고 경찰서에 접근하는 사람들에 대해 즉결 처형(shoot to kill)해도 좋다는 등의 강경한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어 7월 7일, 케냐의 역사적 기념일인 ‘사바사바 데이(Saba Saba Day)*’를 맞아 전국적으로 강도 높은 시위가 재차 발발했다. 케냐 국가인권위원회(Kenya National Commission on Human Rights)에 따르면 이 날 최소 31명이 사망하고 100여명이 부상을 입는 등 심각한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 시위가 폭력 사태로 격화되자 루토 대통령은 연설에서 “누군가 타인의 사업장이나 경찰서를 습격하려 한다면 다리를 쏘라. 이후 병원 치료를 받고 회복되면 법정에서 재판을 받게 하라”며 강경한 대응 기조를 다시금 드러냈다.
* 스와힐리어로 7월 7일을 뜻하는 사바사바 데이는 1990년 나이로비에서 열린 최초의 민주화 시위를 기념하는 날로, 2년 후인 1992년 12월 다당제 하 최초의 총선이 실시되는 데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는 점에서 케냐 국민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시위의 확산과 함께 정부의 대응 수위도 갈수록 높아지자, 국제사회의 우려도 높아졌다. 라비나 샴다사니(Ravina Shamdasani)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The Office of the High Commissioner for Human Rights, OHCHR) 대변인은 “국제법에 따라 케냐 정부는 긴급한 위협으로부터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엄격히 필요한 경우에만 치명적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며 “정부는 시위의 근본 원인이 되는 정당한 불만을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국제앰네스티 케냐 지부의 이룽구 호튼(Irungu Houghton) 소장도 “이번 사태는 경찰 지휘부의 신뢰를 산산조각냈다”며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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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가 확산되는 가운데, 7월 1일 나이로비 지역구의 에스더 파사리스(Esther Passaris) 의원은 시위의 자유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2025년 공공질서(개정) 법안(The Public Order (Amendment) Bill 2025)」을 발의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국회의사당, 법원, 경찰서, 대통령궁 등 주요 정부 건물 반경 100m 이내에서의 시위 금지 ② 위반 시 최대 10만 케냐 실링(약 775달러)의 벌금 또는 3개월의 징역형, 혹은 두 가지 모두 부과 ③ 위협적 시위로 판단될 경우, 사전 차단 및 강제 해산 권한 부여
파사리스 의원은 법안이 시위의 평화적 성격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했지만, 케냐 헌법 제37조(집회의 자유)와 충돌된다는 법조계의 비판이 잇따랐다. 소속 정당인 오렌지민주운동당(Orange Democratic Movement, ODM) 내부에서도 반대 의견이 제기되면서, 의원은 법안의 공포절차(pre-publication)를 잠정 중단하고 “전국적 공론화와 대화를 위한 시간을 먼저 갖게 될 것”이라고 발표하며 일단락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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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로거 ‘알버트 오즈왕’의 죽음이 일으킨 시민 운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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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두 차례 벌어진 대규모 시위의 원인은 지난 6월 7일, 블로거이자 전직 교사였던 알버트 오즈왕의 사망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즈왕은 자신의 SNS에 고위 경찰 간부 엘리우드 라가트(Eliud Lagat)의 부패 의혹을 게시한 이후, 고위 공직자 모욕 및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체포되었다. 그러나 구치소 수감 중 그가 갑작스럽게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고, 경찰은 그가 스스로 벽에 머리를 부딪혀 숨졌다고 주장했으나, 추가 조사 결과 경찰의 폭행에 의한 사망으로 드러났다. 작년부터 재정법안 등으로 긴장 상태에 있던 대중의 여론은 이 사건을 계기로 다시 들끓기 시작했다. 이에 평소 경찰의 부패와 인권 유린에 대해 쌓여온 반감이 더해지며 케냐 곳곳에서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다.
루토 대통령은 오즈왕의 사망 사건에 대해 “불행하고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국가 경찰청(National Police Service, NPS)이 독립경찰감독청(Independent Policing Oversight Authority, IPOA)과 협조하여 신속한 조사를 실시할 것을 지시했다. 킵첨바 무르코멘(Kipchumba Murkomen) 내무부 장관 또한 “책임이 있는 것으로 밝혀진 경찰은 보호받지 못할 것”이라고 언급하는 등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보였지만, 이미 국민적 공분이 확산된 케냐의 여론은 진정되지 않았다. 결국 6월 12일, 수백 명의 시위대가 의회 진입을 시도하고 차량을 방화하는 사태가 발생했으며,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로 진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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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F 대출 중단 이후, 케냐 정부의 재정 전략 변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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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크고 작게 이어져 온 반정부 시위의 근본 원인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보자. 최근 몇 년 동안 케냐에서는 높은 실업률, 정부의 과도한 행정, 물가 상승 등 여러 정치적, 사회적 문제로 인해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커진 상태였다. 또한 전문가들은 케냐 정부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국가 부채 문제를 거론한다. 2000년대 이후 경기 부양책의 실패로 막대한 부채가 발생했고, IMF와 세계은행의 대출을 받아 급한 불은 껐지만, 증세안 철회, 긴축 조치 실패 등 케냐 정부의 여러 시도가 실패하며 부채 상환은 진전되지 못했다. 케냐의 전체 부채는 2025년 3월 기준 880억 달러(약 11조 3,600억 케냐 실링)로 전체 GDP의 70%에 달하는 상황이다. 이에 IMF는 케냐 정부가 재정 적자 및 수입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며 지난 3월 대출 프로그램 중단을 선언했다.
더 이상 IMF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없는 케냐는 외채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정부는 22억 달러(약 2,877억 케냐 실링)의 신규 외채를 조달할 계획이며 이 중 대부분은 아랍에미리트(UAE)와 중국의 상업 대출기관으로부터 조달될 것으로 파악된다. 이미 지난 4월 UAE로부터 첫 5억 달러를 수령했으며, 내년도에는 나머지 10억 달러를 받을 예정이다. 케냐 정부는 또한 디아스포라 채권 발행을 통해 해외 거주 자국민을 대상으로 새로운 자금 조달 경로를 마련하고 있다. 2025/26 회계연도 3분기(2026년 1~3월) 중 최초 발행이 예정되어 있고, 규모는 2억 달러에서 5억 달러 사이(약 258억 4천만~646억 케냐 실링)로 예상된다. 이는 케냐가 나이지리아, 가나에 이어 아프리카에서 세 번째로 많은 연간 디아스포라 송금(약 50억 8천만 달러) 수령액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대출 주체가 국제기구에서 중국, UAE, 디아스포라 등으로 변경되었을 뿐 구조적 재정 개혁, 부패 척결, 수입 확대와 같은 핵심 문제는 해결되지 않아 이는 여전히 루토 정부가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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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서 안정적인 국가로 여겨졌던 케냐의 권위주의적인 시위 대응은, 인접국으로 하여금 억압을 정당화하거나 강화하는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케냐의 전 법무부 장관 마사 카루아(Martha Karua)는 “케냐, 우간다, 탄자니아가 반체제 인사들을 겨냥한 공동 억압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2025년 1월 탄자니아 대통령 사미아 술루후 하산(Samia Suluhu Hassan)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해왔던 활동가 마리아 사룽기 체하이(Maria Sarungi Tsehai)가 나이로비에서 납치된 적이 있는가 하면, 탄자니아 제1야당인 차데마(Chadema)당의 행사에 참석한 케냐 활동가 보니페이스 음왕기(Boniface Mwangi)와 우간다 변호사 아가서르 아투하이레(Agather Atuhaire)가 탄자니아에서 구금되었으며 이후 증언을 통해 이들이 성폭력을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한편, 이번 시위는 인접국의 청년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케냐의 Z세대 청년들을 중심으로 발생한 시위는 중앙에서 이끄는 지도부가 없이 시위대가 수평적으로 조직되었으며 SNS를 기반으로 움직였다는 특징을 보인다. 지난해 비슷한 성격의 시위가 케냐에서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나이지리아에까지 확산된 사례가 있었다. 케냐와 인접한 아프리카 다수 국가의 청년층은 현재 경제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정치적, 사회적 불평등과 기회 박탈에 있어서 비슷한 공감대를 가진다. 또한 당시 전문가들은 인터넷 활용과 디지털 매체에 익숙한 Z세대 청년들 사이에서 SNS 등 인터넷으로 시위의 경과와 여론이 빠르게 확산된 것을 시위 확산의 원인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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