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3일, 에티오피아는 그랜드 에티오피아 르네상스 댐(Grand Ethiopian Renaiss
한·아프리카재단 조사연구부가 매주 전하는 최신 아프리카 동향과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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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에티오피아 르네상스 댐(GERD) 완공: 아직 끝나지 않은 외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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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7월 3일, 에티오피아는 그랜드 에티오피아 르네상스 댐(Grand Ethiopian Renaissance Dam: GERD)이 14년에 걸친 공사를 끝내고 완공되었음을 공식 발표했다. GERD는 에티오피아가 나일강 상류인 청나일(Blue Nile)에 건설한 아프리카 최대 규모의 수력 발전 댐이다. 구상 단계에서부터 역내 이웃국가의 반대 등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는데, GERD의 운영은 해당 권역의 수자원 및 에너지 문제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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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RD 완공을 발표하는 아비 에티오피아 총리 ⓒ에티오피아 총리실 페이스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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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40억 달러 규모로 시작된 GERD는 길이 약 1.8킬로미터, 높이 약 145미터에 달하는 아프리카 최대 크기의 댐으로, 최대 약 740억 입방미터(m3)의 물을 저류할 수 있고 약 5.15GW 규모의 전력 생산량을 갖는다. 이는 에티오피아 현재 전력생산량의 2배 이상에 해당하며, 세계적으로도 10위권 내외에 들만큼 상당한 규모다*. 에티오피아는 2022년 2월부터 GERD의 375MW 용량의 터빈 1기로부터 전기 생산을 시작해 초기에는 두 개의 터빈을 시범 작동, 이후 9월에는 추가로 각 400MW 용량의 터빈을 가동해 총 1,550MW용량의 전력을 생산했다. 댐의 특정 구간과 발전(發電) 터빈이 준비되면 순차적으로 발전을 시작하는 식으로 운영해왔는데, 지난 7월에는 전체 구조물과 모든 설비가 최종적으로 마무리됨에 따라 완공을 선언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수력 발전 댐은 중국의 싼샤댐(Three Gorges Dam)으로 전력생산량이 22.5GW에 달한다. 다음으로는 브라질과 파라과이 국경에 있는 이타이푸 댐(Itaipu Dam)으로 전력생산량 14GW다. 5.15GW 규모의 GERD 역시 세계에서 가장 큰 수력 발전 댐 중 하나에 속한다.
에티오피아에게 GERD는 단순한 발전소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2023년 기준 에티오피아의 인구 대비 전력보급률(Access to electricity)은 약 55.4%에 불과해, GERD로 생산된 대규모 전력 공급은 산업화의 속도를 높이는 촉매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에티오피아 전력공사(The Ethiopian Electric Power: EEP)에 따르면 GERD의 총 발전용량(generation capacity)은 약 5.15GW, 연간 에너지 출력량은 1만 5,760GW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 된다. 즉, 아직 전력 접근이 불완전한 에티오피아에 전력이 안정적으로 공급되면, 공장과 가공시설의 가동이 용이해지고, 농업의 가공·저장 과정에서 필요한 전력 수요 역시 충족되어 더욱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2015년 29%에 불과하던 에티오피아 전력보급률은 당국의 적극적인 수력 발전 투자를 바탕으로 55%까지 증가했다. GERD를 통해 수력 발전이 활성화되어 전력 생산량이 지금의 두 배 이상 증가한다면 실질적인 경제적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웃국가 중 전력보급률이 불안정한 국가들이 다수* 있는 만큼, 잉여 전력은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역내 전력시장에 판매 되어 외화를 벌어들이는 수입원이 될 수 있다. 이는 나아가 역내 에티오피아의 위상을 공고하게 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세계은행(World Bank)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주변 국가의 전력보급률은 이집트 100%, 케냐 76.2%, 수단 66%, 르완다 63.9%이나 남수단(5.4%)·부룬디(11.6%)·콩고민주공화국(22.1%)은 50% 미만을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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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집트의 강한 반대와 나일강을 둘러싼 수자원 외교(water diplomac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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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일강은 청나일과 백나일(White Nile)로 이루어져있다. GERD가 건설된 청나일은 에티오피아 타나호수(Tana Lake)에서 발원해 수단과 이집트를 거쳐 흘러가며, 나일강 전체 유량의 대부분을 공급하는 주요 수원(水源)이다. 청나일이 에티오피아 타나호수부터 서쪽으로 흘러 들어가고, 백나일이 남수단에서 북쪽으로 흘러올라와 수단의 카르툼(Khartoum)에서 합류한 후 단일한 나일강이 되어 이집트 북쪽까지 흐른다. 청나일은 유량이 풍부한 데 비해 백나일은 습지와 사막지대를 지나면서 증발하여 유량이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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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일강은 강이 관통하는 여러 나라와 인접 국가들의 식수와 농업, 산업을 잇는 생명줄이다. 특히 이집트는 나일강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대형 저수시설이나 댐과 같은 상류 지역에서의 변화는 곧바로 생계 문제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이에 이집트는 에티오피아의 GERD의 담수 속도와 운영 방식에 대한 우려를 지속적으로 표명하고 있다.
GERD 건설 이전에는 오랫동안 법적·외교적으로 이집트와 수단이 압도적인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 영국 식민시기인 1929년에 영국과 이집트간 체결한 협정*에서 에티오피아·우간다 등 나일강 상류국가는 이집트 승인 없이 나일 강물을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한 바 있으며, 1959년 이집트-수단 협정을 통해 나일강 연간 유량 84억 입방미터 중 이집트에 55.5억 입방미터, 수단에 18.5억 입방미터를 배정하며 상류 국가들을 배제했다. 이 두 협정에 대해 에티오피아 등 나일강 상류국가들이 서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동 협정들의 구속력이 약하다고 지적한다.
*공식 명칭은 나일 강의 관개 목적 물 사용에 관한 영국 왕실 정부와 이집트 정부 간의 서한 교환(Exchange of Notes between His Majesty’s Government in the United Kingdom and the Egyptian Government in regard to the use of the waters of the River Nile for irrigation purposes)이다. 당시 영국이 식민 지배하던 동아프리카 국가들(케냐, 우간다, 탄자니아 등)을 대표해 이집트와 체결한 것으로, 이집트에 거의 독점적 권리를 부여했다. 상류 국가들은 동 협정을 식민지 시대의 불공정한 협정이라고 간주한다.
2011년 GRED 착공 이후 나일강 수자원 공유를 둘러싸고 에티오피아는 이웃국가들과 지속적으로 갈등을 빚어 왔다. 특히 생존에 필요한 물의 90% 이상을 나일강에 의존하는 이집트는 외교 채널을 통해 직접적으로 항의할 뿐 아니라 UN, 아프리카연합(AU) 등 국제기구에 에티오피아와의 중재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집트는 연평균 강수량이 매우 적고 지하수 자원도 제한적이라 자국 내에서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는 담수가 거의 없다. 이에 따라 이집트는 에티오피아의 GERD 저수로 인해 농업·식수·산업에 큰 피해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하며, 이 문제가 단순한 국제분쟁이 아닌 ‘생존권 문제’라고 강조한다. 프랑스 역사학자 파스칼 르 포트르마(Pascal Le Pautremat)는 “시간이 지나면서 GERD로 인해 이집트의 수자원이 12%에서 25%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1959년 이집트-수단 나일강 협정에서 이집트에 할당된 나일강 수량인 55.5억 입방미터를 기준으로 함
2010년 우간다 엔테베(Entebbe)에서 채택된 나일강 협력프레임워크 협정(The Cooperative Framework Agreement: CFA)*가 2024년 10월, 14년 만에 발효되었지만 아직 모든 나일강 유역 국가들이 비준하지 않은 상태에서 실질적인 협력 구조는 취약하고 각국의 이해관계를 앞세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나일강 유역 국가들이 물을 공평하고 지속 가능하게 사용하며 분쟁을 조정하기 위해 2010년 채택된 협약으로, 현재까지 비준을 마친 국가는 에티오피아, 르완다, 우간다, 탄자니아, 부룬디 5개국뿐이다. 콩고민주공화국과 케냐는 아직 비준하지 않았고 이집트, 수단은 비준을 거부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동 협약이 완전히 발효되었다고 볼 수 없고, 협약 자체도 상류·하류 국가 간 권리와 의무를 강제하는 구체적인 제재가 약해, 실제로 법적 구속력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한다.
2015년 에티오피아·이집트·수단 3국은 수단 카르툼에서 원칙 선언(Declaration of Principles)을 통해 △GERD 공동 개발·협력 △각국의 권리와 이익을 고려하여 공정한 나일강 이용 △투명한 정보 공유 △환경·사회적 영향 최소화 등에 대해 합의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나일강 물 사용 배분량, 저수·운영방식 등에 대한 합의 없이 갈등의 여지를 남겨둔 채 마무리되었다. 에티오피아가 2020년 7월에 1차 담수를 완료한 후 2021년 5월, 이집트와 수단은 ‘나일강 수호자(Guardians of the Nile)’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하며 에티오피아를 겨냥해 전례 없는 무력을 과시함으로써 해당 지역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기도 했다. 사우디·UAE·AU의 중재 시도에도 나일강을 둘러싼 갈등은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번번이 합의에 실패했다. 이런 가운데 에티오피아는 지난 7월 3일 GERD 완공을 발표했다. 아비 아머드 알리(Abiy Ahmed Ali) 에티오피아 총리는 완공 소식을 전하며 “나일강 하류 국가인 이집트와 수단에 전하는 우리의 메시지는 간단하다. GERD는 위협이 아니라, 함께 나눌 수 있는 기회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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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는 여전히 에티오피아의 일방적인 GERD 담수와 저수가 생존권을 위협한다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수단의 경우에는 댐 건설이 자국에 안겨주는 이득과 위험이 공존해 입장이 조금 다르다. 우선 지금까지 여름철 우기에 나일강 수위가 급격히 높아져서 홍수 피해가 잦았지만 GERD에 물을 가두게 되면 수위가 안정되며 홍수 피해를 줄일 수 있고, 농경지와 마을을 보호할 수 있다. 가뭄에도 안정적으로 수자원을 공급할 수 있고, 수위가 일정해지면 농업용수 공급 관리가 쉬워져 농업 생산력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The Africa Report 紙에 따르면 GERD를 통해 홍수를 조절할 경우 최대 50만 헥타르의 농지를 추가적으로 경작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전력보급률이 100%에 달하는 이집트와 달리 수단은 66%에 불과하다. GERD를 통해 에티오피아가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전력을 생산한다면 이웃국가인 수단이 잉여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어, 전력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반면, 만약 댐이 붕괴된다면 에티오피아와 인접한 수단이 가장 먼저 치명적으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과, GERD 저수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물 부족을 겪을 수 있는 점이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이처럼 이익과 위험이 모두 존재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처음에 이집트 편에서 GERD를 반대했던 수단은 점차 중립적·균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편, 국제사회는 해당 분쟁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소지가 있음에 주목하며, 관련 경고와 함께 협상을 촉구하는 수준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집트의 동맹국인 미국은 이집트 입장을 옹호해왔는데,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에는 협상이 중단된 데 대해 항의하며 에티오피아 원조 삭감까지 단행한 바 있다*. 유럽연합(EU)은 해당 분쟁이 군사화 될 경우 유럽으로의 이주 및 난민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기 때문에 동 문제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우디, UAE 등 아랍 국가들은 처음에는 같은 아랍권인 이집트를 지지했으나, 지금은 에티오피아와의 경제협력 가능성 등을 이유로 중립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UAE는 수단 내 분쟁 중재에도 관여하면서 균형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직접 당사국인 에티오피아·이집트·수단 모두 AU 회원국이므로 분쟁이 심각해질 때마다 AU가 중재를 시도했지만 물 배분량, 담수 속도 등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는 이끌어내지 못했다. 2021년 이집트가 이 문제를 UN 안보리로 가져가려고 했으나, 아직 별다른 진전은 없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립적인 입장으로 전환하며 협상을 재개하려는 태도를 보였으나, 다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이집트라면 나일강의 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 문제를 해결중이다.”라고 발언하는 등 이집트 입장에서 해당 문제를 중재할 의사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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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RD를 둘러싼 나일강 인근 국가들과 에티오피아의 외교전이 끝나지 않는 가운데, GERD와 같은 초대형 댐이 건설될 경우 대규모 퇴적물 문제가 수반될 수 있다는 이슈도 제기된다. 상류에서 토사가 지속적으로 유입되면 이는 환경 문제를 야기할 뿐 아니라, 경제적 측면에서도 저수 용량이 감소하고 터빈의 효율성도 줄어드는 결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 환경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유수량 조절, 상류 토지 관리 등의 지속적인 노력이 수반되어야 하지만, 이러한 조치는 많은 비용이 들 뿐 아니라 기술적 역량도 필요하기 때문에 에티오피아가 이러한 환경적·기술적 도전과제를 안정적으로 해결할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다. 또한 담수를 빠르게 진행하면 하류 수량을 단기간에 감소시켜 인접국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서서히 담수할 경우 에티오피아가 전력을 확보하는 속도가 늦어지는 등 담수 속도에 따라서도 이익의 비대칭성이 존재한다.
GERD 완공은 나일강 수자원 정치에서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이집트와 수단의 지배적 위상을 종식시키고 이 지역의 권력 균형을 새롭게 재편할 가능성이 있다. 상류 국가인 에티오피아는 지리적 위치로 협상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수자원의 90% 이상을 나일강에 의존하는 이집트는 효율적으로 물을 관리해야하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수단 역시 변화된 환경 속에서 수자원 관리와 에너지 자립 측면에서 새로운 기회를 갖지만, 에티오피아 중심의 권력 재편에 대응해야하는 부담이 커졌다. 그러나 환경적 위험을 완화하고 안정적인 수자원 공급을 위해 나일강 유역 국가들이 신중한 댐 운영·관리 체계를 수립하고 해당 지역 협력을 강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현재 나일강 수자원 분배에 관한 법적 구속력 있는 합의는 없다.
GERD 완공은 경제적·환경적 영향 뿐 아니라 나일강 유역 국가들의 정치적·외교적 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는 만큼, 동 지역 내 협력과 긴장의 역학 관계는 더 혼란스러워질 전망이다. CFA 비준이 완료되지 않은 국가들과의 이해관계 조정도 필요하다. 완공된 GERD를 어떻게 운영하는가는 향후 나일강 유역 국가들 사이의 이해 관계를 증폭시키는 중요한 기준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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