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4일 르완다 국회는 대리모 계약을 공식 허용하고 관련 규정을 체계화한 새로운 보건 서비스법을 통과시켰다. 이로 인해 르완다는 생식 보건 분야에서 획기적인 진전을 이뤘다. 이 법은 15세 이상 청소년의 피임권을 인정하고, 대리모제를 보조생식기술의 일환으로 인정해 명확한 법적 틀을 제공한다. 이로써 르완다는 기존에 산재해 있던 관련 규정들을 통합하고 윤리적 기준을 유지하면서 현대적인 의료 수요에 대응할 수 있게 됐다.

법의 주요 목적은 불임 등 의학적 이유로 자연 임신이 불가능한 개인과 부부가 안전하고 합법적으로 자녀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특히, 의료적 필요에 기반한 대리모제만 허용하고, 상업적 목적의 대리모 행위를 금지함으로써 여성에 대한 착취를 방지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다. 실비 보상은 가능하지만, 임신 자체에 대한 금전적 대가는 금지하는 것이다.

르완다, 대리모제 법제화 / 출처: The New Times (2025.8.4)

대리모가 되기 위해서는 21세 이상 40세 이하 출산 경험자이고, 건강 상태가 양호하다는 의료진의 확인이 필요하다. 계약 당사자인 의뢰 부모는 의료진과 협력해 법적 요건을 충족하는 대리모를 직접 선정하고, 공증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계약서에는 ▲의료기관, ▲진료 계획, ▲분만 후 절차, ▲비용 부담, ▲돌발 상황 대응 방안 등이 상세히 명시되며, 임신 중 발생하는 모든 의료비는 의뢰 부모가 부담한다.

의뢰 부모의 자격에는 기혼자뿐 아니라 의학적으로 출산이 어려운 미혼자도 포함된다. 이는 르완다 사회의 불균형한 성비, 개인 사정 등으로 인한 현실을 반영해 결혼 여부와 관계없이 자녀를 원하는 개인의 권리를 존중함으로써 여성의 권리와 가족의 다양성을 모두 고려한 입법이다.

법안 마련 과정에는 국회의원, 의료 전문가, 지역사회 지도자들이 참여했고, 법이 통과된 이후에는 대통령 서명을 거쳐 전국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대리모 계약은 인증된 보건기관에서 공증을 통해 이루어지며, 그 과정에서 당사자의 안전과 권리가 확보된다.

르완다, 대리모제 법제화 / 출처: The New Times (2025.8.6)

이번 법제화는 국내외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NGO 단체인 보건개발이니셔티브(Health Development Initiative, HDI)는 상업적 대리모를 차단한 점을 높이 평가했고, 르완다 여성·청소년·아동보건이니셔티브(Rwanda Women, Adolescent, and Child Health Initiative)는 이 법이 불임으로 인한 사회적 고통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한편, 국제 협력도 중요한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르완다는 한국국제협력단(Korea International Cooperation Agency, KOICA) 등과의 협력을 통해 수백만 달러 규모의 보건 프로그램 투자를 유치했고, 한국과 같은 선진국의 생식 보건 시스템을 참고해 의료관광 등 새로운 가능성도 모색 중이다.

향후 과제로는 의료 인프라 확충, 전문 인력 양성, 대중 인식 개선 등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상업적 대리모와 법적 대리모의 차이를 이해시키기 위한 공공 캠페인이 필요하다. 르완다는 이번 대리모법에서 요구하는 공증 계약서 작성, 독립적인 의료진에 의한 불임 사실 진단, 실비 보상 원칙 등을 통해 윤리적이고 책임 있는 대리모제를 구축하고자 한다.

이러한 법제화는 르완다가 보건 개혁과 양성평등에 헌신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조치다. 여성의 권리를 보호하면서도, 불임부부들의 가정 형성을 돕고, 윤리적 의료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이번 입법을 통해 르완다는 앞으로 아프리카에서 윤리적 보조생식기술 규제의 선도 국가로 발돋움할 것으로 기대된다.

※ 해당 주제와 관련한 더 자세한 내용은 본 보고서를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