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아프리카의 곡창지대로 불리며 수많은 경제 폭풍을 견뎌냈던 짐바브웨는 2025년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기조 아래 강행된 관세 정책에 힘겨워하고 있다. 트럼프 관세의 직접적인 표적은 중국과 유럽 등 대형 경제국들이었지만, 그 여파는 짐바브웨같은 개발도상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5년 4월, 미국은 짐바브웨산 주요 수출품(설탕, 담배, 합금철 등)에 대해 18%의 상호관세율을 부과해, 초인플레이션과 환율 불안, 정치적 과도기에 놓인 짐바브웨 경제에 타격을 주었다.
국내 기업과 전문가들은 미국의 고율 관세가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국내 제조업에 심각한 압박을 가한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과 짐바브웨 간의 교역은 미미한 수준이라, 짐바브웨는 2024년 미국에 4,815만 달러를 수출하고 6,550만 달러어치를 수입해 2억 달러 정도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은 짐바브웨에 이중 타격을 안겨 주었다. 미국의 관세로 대미 수출은 줄어들었는데, 미국 수출길이 막힌 중국 기업들이 아프리카로 눈을 돌려 값싼 제품을 대거 수출했기 때문이다. 중국과의 무역 의존도가 높은 짐바브웨는 저가 전자제품, 섬유, 건축 자재가 범람하면서 소비자는 혜택을 받았지만, 국내 중소 제조업은 경쟁에서 밀려 붕괴 위기에 처했다.
이러한 이중고 속에서 짐바브웨는 전략적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짐바브웨 투자청(Zimbabwe Investment Authority, ZIA)과 경제특구(Special Economic Zones), 합작투자부서(Joint Venture Unit)를 통합해 ‘원스톱 투자센터(One-Stop Shop Investment Centre)’를 설립하고, 외환 규제를 완화해 외국인 직접 투자 유치에 힘쓰고 있다. 또한 아프리카 대륙자유무역지대(African Continental Free Trade Area, AfCFTA)와 같은 지역 통합 구조를 통해 외부 충격을 완화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짐바브웨 수출품에 대해 18%의 관세를 부과하자, 짐바브웨 정부는 유화책으로 미국산 수입품에 부과하던 관세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국내 여론은 “관세 철폐가 오히려 값싼 수입품을 증가하게 만들어 국내 제조업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반면,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선 미국 우선주의처럼 오히려 “국산품 애용(Buy Zimbabwe)” 캠페인을 벌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짐바브웨의 경우, 산업 기반이나 재정 여력이 뒷받침되지 않아 보호무역주의 정책이 오히려 국제 관계를 긴장시키고 개혁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짐바브웨는 초강대국의 정책 변화에 수동적으로 반응하기보다 다변화된 외교와 무역 전략, 산업 경쟁력 제고를 통해 스스로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은 짐바브웨에 뼈아픈 교훈을 남겼지만, 동시에 자국의 구조적 취약성을 직시하고 개혁을 추진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카리바 호수(Lake Kariba) 위로 해가 지며 황금빛 물결이 퍼져나갈 때, 진실 하나가 조용히 남는다. 아무리 자국 중심적이라 해도 초강대국의 정책은 언제나 긴 그림자를 드리운다. 이런 현실에서 짐바브웨와 같은 나라에게 생존이란 분노도 체념도 아닌, 적응에 달려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