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31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서사하라(Western Sahara) 분쟁의 외교적 지형에 의미
한·아프리카재단 조사연구부가 매주 전하는 최신 아프리카 동향과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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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하라 분쟁: 유엔 결의안 2797이 만든 새로운 국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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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31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서사하라(Western Sahara) 분쟁의 외교적 지형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왔다. 동 분쟁에 대하여, 기존 조정자의 입장에서 벗어나, 모로코가 제시한 2007년 자치안을 현실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협상의 기준(Basis)으로 공식 문서화하는 ‘결의안(Resolution) 2797’을 가결한 것이다. 15개 이사국이 모인 이 자리에서 한국을 포함한 11개국이 찬성하고, 러시아, 중국, 파키스탄 3개국이 기권했으며, 분쟁과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알제리는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1976년 모로코가 서사하라에 대한 통제권을 주장하고 관련 이슈가 국제적으로 분쟁화된 이래, 금번 결의안 가결을 기점으로 서사하라 분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위클리에서는 서사하라 분쟁의 역사적 흐름과 결의안의 내용, 이에 따른 변화들을 살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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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북서부 연안에 위치한 서사하라는 1884년부터 1975년까지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지역이다. 1975년 스페인이 동 지역에서 철수하면서, 북부에 해당하는 3분의 2는 모로코가, 나머지 지역은 모리타니아가 분할 통치했다.
그러나 이 지역에 거주해온 사하라위족(Sahrawis)은 모로코와 모리타니아의 통치에 반발하며 1973년 독립을 쟁취하기 위한 반군 단체 폴리사리오(Polisario)를 조직했고, 곧이어 1976년 사하라아랍민주공화국(Sahrawi Arab Democratic Republic, SADR)의 수립을 선언하며 민족 자결권 확보를 시도했다. 1975년부터 1991년까지 이어진 16년 간의 게릴라 전쟁 끝에 1991년 유엔의 중재로 휴전 협정이 체결되었고, 합의에 따라 서사하라의 동부 약 20%는 폴리사리오가, 나머지 지역은 모로코가 통제하게 되었다. 현재 폴리사리오는 알제리의 지원을 받아 틴두프(Tindouf)에 망명 정부를 두고 있다. 유엔은 이 지역에 유엔서사하라평화유지단(United Nations Mission for the Referendum in Western Sahara, MINURSO)을 파견하여 감시·적대행위종식 등의 임무를 수행하기 시작했다.
모로코는 서사하라를 자국의 남부 지방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1975년 약 35만 명의 자국 국민들이 모로코와 서사하라의 경계를 넘어 행진한 ‘녹색 행진(Green March)’을 통해 이러한 정당성을 확보했다고 보고 있다. 또한 16세기부터 서사하라의 일부 지역이 모로코에 의해 부분적으로 통치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러한 역사적 연관성으로 인해 모로코는 서사하라 지역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아프리카연합(AU)은 모로코와는 다른 입장을 보였다. AU는 주요 설립 이념인 범아프리카주의(Pan-Africanism)에 기반해 서사하라의 독립을 지지했다. 이어서 사하라아랍민주공화국을 AU의 회원국으로 인정했고, 모로코는 이에 반발하여 1984년 AU를 탈퇴했다가 2017년 재가입하기도 했다. 현재 서사하라는 AU 회원국이다. 그러나 유엔에는 가입하지 못해 국제사회에서는 미승인 국가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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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사하라 분쟁을 둘러싼 모로코와 알제리의 지정학적 대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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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제리는 그간 서사하라 분쟁에서 폴리사리오를 강력히 지지하며 서사하라 주민들의 자결권을 강조해왔다. 그 과정에서 모로코와 갈등을 빚었고, 급기야 2021년 8월에는 모로코와의 국교 단절을 선언하며 양국의 관계가 급속도로 악화되었다. 알제리가 서사하라 분쟁에 개입하는 데는 다층적 원인이 있다.
첫째로, 알제리와 모로코 사이의 지정학적 요소에서 갈등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국경을 서로 맞대고 있는 알제리와 모로코는, 역사적으로도 오랜 기간 경쟁 관계를 이어왔다. 그 일례가, 국경 수립의 문제를 놓고 1963년 발발한 ‘모래 전쟁’이다. 이 전쟁은 1972년 체결된 이프란(Ifran) 협정에서 하산 2세(Hassan II) 모로코 국왕이 알제리 영토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포기하는 것을 선언함으로써 일단락되었으나, 곧이어 1975년 모로코가 서사하라를 분할 통치하기 시작하면서 이는 알제리에게 모로코의 영향력 확장에 대한 새로운 위협을 안겨주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의 군사비 지출 통계(SIPRI Military Expenditure Database)에 따르면, 알제리와 모로코의 2024년 기준 군비 지출은 알제리 약 218억 달러, 모로코 약 55억 달러로 아프리카 대륙에서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한다. 역내 군사력 최강자인 두 국가의 영향력 경쟁은, 2021년부터 2023년 사이 사헬 지역 국가들의 군부 쿠데타 이후 프랑스의 대아프리카 영향력이 급속도로 쇠퇴하면서,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더욱 불붙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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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하라 분쟁은 위와 같은 지정학적 요소로도 해석해 볼 수 있다. 서사하라는 위치상으로 대서양 연안에 위치하고 있으며, 모로코·알제리·모리타니아 모두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모로코-나이지리아 합작 사업인 ‘나이지리아-모로코 가스 파이프라인 프로젝트(Nigeria-Morocco Gas Pipeline, NMGP)’*와 알제리 주도의 ‘사하라횡단 가스송유관 프로젝트(Trans-Saharan Gas Pipeline, TSGP)’** 등 각국이 에너지 및 물류 경로를 둘러싸고 경쟁하고 있는 가운데, 서사하라 지역에 대한 각국의 이해관계는 핵심 지정학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 나이지리아에서 시작해 베냉, 가나, 코트디부아르, 세네갈, 모리타니아, 모로코 등 13개 서아프리카 국가를 거쳐 스페인 및 유럽 시장까지 이어지는 가스 파이프라인 프로젝트. 연간 300억m³의 천연가스를 수송할 수 있음 ** 나이지리아에서 니제르를 거쳐 알제리까지 약 4,000km 이상에 걸쳐 연간 약 300억㎥의 천연가스를 운송하여 유럽 시장으로 공급하기 위한 다자간 파이프라인 프로젝트
두 번째로, 독립 이후 알제리는 민족자결 및 반제국주의를 표방하며, 제3세계 국가들과의 연대를 통한 경제적 자립과 정치적 독립을 강화하고, 국제 무대에서 개발도상국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외교정책을 펼쳐왔다. 알제리의 독립 전쟁을 이끈 주요 정당 민족해방전선(National Liberation Front, NLF)의 ‘1954년 11월 1일 선언 (Declaration of November 1, 1954)’* 에 “우리의 해방 활동을 지지하는 모든 국가에 대한 적극적인 동정(Sympathy)을 선언한다”는 문구를 포함함으로써 제3세계 혁명운동과의 연대를 명문화했다. 이처럼 반식민주의, 해방운동, 민족 자주성과 독립을 핵심 가치로 삼고 있는 알제리에게는 모로코의 서사하라 정책이 이념적 충돌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알제리는 서사하라 문제를 탈식민화·민족해방 투쟁의 연장선으로 인식하게 되었으며, 사하라위 민족운동에 대한 지속적인 외교·정치적 지지와 함께 모로코의 서사하라 정책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고수하게 되었을 것이라 학계와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 1954년 FLN이 프랑스로부터의 알제리 독립을 위한 투쟁을 선언한 사건, 알제리 독립전쟁의 기폭제가 되었으며, 독립에 대한 의지를 국제 무대에 드러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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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엔 결의안 2797: 주요 내용 및 반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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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결의안 2797은 모로코의 서사하라 자치 계획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MINURSO의 임무를 2026년 10월 31일까지 1년 연장 2. 양 당사자가 즉시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며, 진정성과 선의에 기반한 논의를 요구 3. 모로코의 2007년 자치 제안을 대화의 주요 참고 틀로 삼을 수 있음을 인정
* 모로코 정부는 모로코의 주권 하에 광범위한 자치권을 부여하는 ‘서부사하라 자치안(Moroccan Initiative for Negotiating an Autonomy Statute for the Sahara Region)’을 2007년 유엔에 제출한 적이 있음
4. 서사하라 인민의 자결권 보장을 원칙으로 상호 수용 가능한 최종 정치적 해결을 모색할 것 5. 유엔사무총장이 향후 6개월 이내에 MINURSO 임무의 전략적 검토를 제출하도록 요청 6. 모든 관련 결의안들을 재확인하며, 유엔헌장 및 국제법 틀 내에서 분쟁 해결을 지속해야 함을 강조
모로코는 이번 결의안을 환영하며, 자국의 계획이 협상의 유일한 기초이자 분쟁 해결에 실행 가능한 유일한 해결책이 되도록 세부 사항을 추가하겠다고 언급했다. 또한 압델마지드 테분(Abdelmadjid Tebboune) 알제리 대통령을 향해서도 대화를 촉구하며, 결의안에 기반한 외교적 문제 해결을 시도했다. 반면 아마르 벤자마(Amar Bendjama) 알제리 유엔대사는 투표 이후 발언에서, 이번 결의가 폴리사리오의 제안을 반영하지 않고 있으며 미래에 대한 최종 결정은 서사하라 주민들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폴리사리오측 또한 이번 결의안에 대해 서사하라에 대한 모로코의 주권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며 “모로코의 서사하라에 대한 주권을 인정하려는 어떤 평화 프로세스나 협상에도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한편 미국, 영국 등 서방 국가들은 자치안이 “가장 현실적이고 실행 가능한 협상안”이라면서 지지 입장을 표명한 반면, 중국과 러시아 및 파키스탄 등은 “자결권 약화”와 “모든 당사국의 우려 미반영” 등을 이유로 기권하거나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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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결의안으로 인해 서사하라와 관련된 분쟁은 이전과 다른 국면을 맞이할 것이라 평가되는데, 예상되는 주요 변화는 다음과 같다.
첫째는 외교적 변화이다. 지난 30년 동안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모로코와 폴리사리오 간의 어떠한 지지 입장을 일관되게 밝히지 못한 채, 해당 분쟁에 대해 단순히 협상 과정을 조정하는 역할만을 수행해왔다. 그러나 이번 결의안을 통해 유엔에서 공식적으로 모로코의 자치 계획을 지지하는 입장을 채택하면서, 이제 국제사회는 그간의 일관된 입장을 갖지 못한 외교적 모호성을 종식시켰으며 조정자의 역할에서 협상의 주요 설계자로 역할이 바뀌었다.
다음은 법적 변화다. 이번 결의안을 통해 그간 서사하라 지역의 휴전 상태를 감시할 뿐 아니라 서사하라 주민들의 자결권 행사를 보장하기 위한 주민투표 실시를 지원해온 MINURSO의 임무가 재검토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결의안에서는 ‘주민투표’라는 단어가 등장하지 않았으며, 유엔은 여전히 주민들의 자결 원칙을 강조하지만 이것이 투표와 결부될 만한 법적 근거가 사라진 상황이다. 모하메드 룰리키(Mohammed Loulichki) 모로코 전 유엔대사이자 뉴사우스 정책센터(Policy Centre for the New South) 선임연구원은 이번 결의안에 대해 “주민투표 단계를 끝내고, 자치와 관련된 정치적 공학의 새로운 단계로 나아갔다”라고 평가한다.
결론적으로, 오랜 기간 이어진 분쟁에 대해, 유엔은 더 이상 모로코측의 제안과 폴리사리오측의 제안을 포함한 두 가지 시나리오에 대해 중재하지 않게 되었다. 유엔은 공식적으로 모로코측의 제안에 기반한 한 가지 시나리오만을 승인했고, 분쟁의 당사자들이 이 시나리오 안에서 분쟁을 해결하도록 요구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향후 당사국 간 실질적 협상이 얼마나 진전될 것인지가 관건이 되었다. 이제 모로코는 자치안에 대해 국제사회가 용인할 만한 틀 안에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며, 폴리사리오 및 알제리는 결의안을 바탕으로 협상할지를 결정하는 것이 향후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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