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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29 [아프로44] 아프리카대륙이 좋은 데는 이유가 없다 - 김은혜 전 런코리아 이사 [월드코리안신문]

관리자 / 2023-01-29 오전 8:06:00 / 872

‘Af-PRO’는 국내 아프리카 전문가들의 모임이다. 외교부 한·아프리카재단에서는 이들의 활동을 소개한 책을 두 권 펴냈다. ‘Af-PRO, 한국과 아프리카를 잇다’는 제목의 단행본들이다. 한·아프리카재단의 허락을 받아, 이 책의 내용을 연재한다.[편집자주]

미국의 비영리단체 ‘레이즈 우간다 나우(RUN: Raise Uganda Now)’의 한국 지부인 RUN Korea는 들여다볼수록 특별한 조직이다. 대학생을 비롯한 젊은 청년들로 구성된 RUN Korea는 우간다에 위치한 특정 보육원 한 곳을 전담하여 운영한다. 구성원들은 보육원을 운영할 뿐 아니라 보육원에 속한 50여명의 아이들의 건강부터 교육, 문화생활 등을 다방면으로 관리한다. 서울에서 프로그램을 기획하면 우간다 현지에 있는 직원들이 이를 실행하여 아이들의 반응을 전달한다.

내 고민과 노력의 결과가 이역만리 떨어진 현장에 전달되어 그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특별한 성취감에 구성원들은 특별한 보수 없이 봉사 활동 시간을 인정받지 못하는 한계 속에서도 열의를 다해 일한다. 2019년 RUN Korea에 합류한 김은혜 이사도 마찬가지다. 김은혜 前 이사는 약 2년간 RUN Korea의 핵심 멤버로 활동했으며 현재는 대학원에서 국제학을 전공하던 중 실무경험을 쌓기 위해 한국개발전략연구소 인턴으로 활동하는 중이다. 모금에만 의존해서는 비영리단체가 지속가능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체감한 김은혜 이사는 현지 보육원이 자생할 수 있는 사업안을 기획하는 일을 주도했다.

그 과정에서 한국국제협력단(KOICA: Korea International Cooperation Agency)의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보육원의 실상을 파악하기 위해 자비로 우간다를 찾기도 했다. 김은혜 前 이사는 우간다 현지에서 촬영한 영상을 매일같이 돌려보며 아이들과 SNS를 통해 소통한다. 우간다에서의 봉사활동이 오롯이 행복으로 점철됐다는 그녀는 아프리카대륙에서 국제개발협력전문가로 활동하는 미래의 자신을 상상하며 활동영역을 열심히 넓혀 나가고 있다.

K-RUN 단체
K-RUN 단체

50명의 우간다 아이들을 책임지다

대학교 4학년 때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고 생각했으나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고민이 길어질수록 침잠하는 기분이 들었다. 더 깊이 들어갔다가는 헤어나지 못할 것 같아 무엇이라도 재미있는 일을 찾아보자며 나 자신을 끄집어 당겼다. 작은 것이라도 도전해 볼 수 있는 일들을 모색하던 중 ‘RUN’이라는 단체를 알게 됐다. 이 낯선 이름의 단체는 우간다에 위치한 한 보육원을 운영한다고 자신들을 소개하며, 국제개발 혹은 개발협력에 관심 있는 대학생을 모집 중이라고 했다. 당시 나는 우간다가 아프리카대륙에서 어디쯤 위치한 나라인지도 몰랐다.

그런데도 모집 대상이 딱 나를 지칭하는 것 같은 확신이 들었다. 대학생활 내내 학원에서 영어강사로 일한 나는 우간다 아이들이 궁금해졌다. 학원에서 만난 아이들은 늘상 ‘공부하기 싫다’, ‘영어가 어렵다’며 힘들어했다. 순간 우리나라 아이들이 하기 싫어하는 공부를 우간다 아이들은 하고 싶어하지 않을지, 우간다 아이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졌다. 흥미와 호기심에 이끌려 더 고민하지 않고 지원서를 냈다. 사실 RUN은 한 개인이 시작했다. 미국 유학생이었던 창립자 양준혁 대표는 고등학생 때 우간다의 한 양육시설에서 단기 봉사를 했다. 당시 현지 아이들이 처한 열악한 환경에 큰 충격을 받은 양준혁 대표는 미국으로 돌아온 후에도 후원을 이어 나갔다.

2년 후 대학생이 된 그에게 어느 날 우간다에서 뜻밖의 전화가 걸려왔다. 자금이 부족해 시설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며 급하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마음이 다급해진 그는 대학 친구들을 상대로 모금하여 시설에 전달했다. 그런데 아무리 돈을 모아 보내도 자금이 계속 부족하다고 했다. 그는 시설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자금 전달 외에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숙고 끝에 아예 보육원을 운영할 목적으로 미국에 비영리단체인 RUN을 설립했다. 보육원에는 50여 명의 아이들이 생활한다. 이 아이들을 더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리라는 생각에 한국에도 지부를 냈다. 그것이 바로 레이즈 우간다 나우 코리아, ‘RUN Korea’이다.

우간다 방문
우간다 방문

RUN Korea의 구성원들은 대부분 나와 같은 대학생들이었다. 보통 대학생이라는 신분으로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서포터(supporter) 정도다. 그런데 RUN Korea에서만큼은 우리가 주체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 우리는 다양한 사업에 관여하는 것이 아니라 보육원 한 곳에 있는 아이들 50여명을 보호하고 관리했다. 우리가 기획한 프로그램이 이역만리 떨어진 현지에서 바로 실행되고 그것이 아이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목도하는 일은 무척 신기하고 흥미로웠다.

우리는 RUN Korea에서 직급과 직책을 가지며 그에 상응하는 역할을 다하지만 급여를 받지 않을 뿐만 아니라 봉사 활동 시간도 인정받지 못한다. 하지만 모두가 열의를 다해 일한다. 아무래도 이러한 특별한 과정을 통해 얻은 희열과 성취감 때문에 다들 이 일을 붙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학생이라는 신분이다 보니 일반회사처럼 진행 속도가 빠르지는 않지만. 당시 졸업반이었던 나는 특히 바쁘고 정신이 없었으나 내가 주체가 되어 누군가의 삶에 직접 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에 보람을 느끼며 적극적으로 RUN Korea 활동에 참여했다.

지속가능한 길을 모색하다

처음에는 펀드레이징(Fund Raising)팀의 팀원으로 단체에 합류했다. 비영리단체인 만큼 모금 활동이 다른 어떤 일보다 중요하리라 생각해 부담감도 컸다. 그런데 막상 비영리단체에 속해 일을 해보니 오롯이 후원에만 의존해서는 조직이 지속가능하기 어렵다는 걸 알게 되었다. 특히 RUN Korea는 신생 단체인데다가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다보니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이 불가능했으며, 그로 인해 국내에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탓에 국내에서의 모금 활동이 녹록하지는 않았다. 양준혁 대표가 있는 미국 지부에서 상당 부분의 모금 활동이 이루어지기는 하였으나, 그렇다고 RUN Korea가 미국 지부에 의존한 채 운영에만 집중할 수 있는 구조도 아니었다. 보육원이 위치한 현지에서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길을 찾고자 하는 열망이 커졌으며 구성원들에게 보육원이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사업을 기획하고 운영할 팀을 조직할 것을 제안했다.

나는 신생 조직인 사업팀에서 현지에 양계장을 만드는 일을 우선 기획했다. 현지 직원들이 양계장을 운영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외부의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보육원 운영 자금을 마련하는 청사진을 그렸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양계장을 만들면 보육원 아이들에게 더 균형 잡힌 영양식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보육원이 위치한 우간다 동부 부지리(Bugiri) 지역은 우기와 건기가 변덕스럽게 반복되는 바람에 때때로 식재료 수급이 원활하지 않으며 그로 인해 물가가 불안정했다.

그래서 장기 보존이 가능한 밀가루 위주로 식사하는 보육원 아이들은 또래 아이들보다 키가 작고 만성 영양실조에 시달렸다. 보육원이 양계장을 운영한다면 아이들에게 안정적인 단백질 공급원이 생기는 셈. 동료들 모두 적극적으로 공감했고 우리는 이 프로젝트에 ‘꼬꼬두들’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영어권에서 닭 울음소리를 표현하는 의성어 ‘cock-a-doodle-doo’와 아이들이 즐겨하는 낙서와 같은 그림을 의미하는 단어 ‘doodle’을 결합한 단어다. 우리는 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성사시키기 위해 펀드레이징 활동을 전개했다.

크라우드펀딩(Crowdfunding) 사이트를 통해 우리의 계획을 상세히 알리고 양계장을 운영할 자금을 모았다. 펀딩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전달할 선물로 보육원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활용하여 스티커, 배지 등의 굿즈를 제작했다. 이때 아이들이 자유롭게 그린 그림과 글씨체를 그대로 활용한다는 의미에서 ‘doodle’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감사하게도 목표 금액을 달성하여 현지에서 양계장을 지으려던 찰나,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는 바람에 현재 무기한 보류한 상태다.

보육원 굿즈
보육원 굿즈

한편으로는 좀 더 준비할 시간이 생겨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 중에 누구도 양계 사업에 종사한 적이 없으며 무엇보다 우간다 현지 실정에 어두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코로나19로 사업이 보류된 김에 계획을 보다 구체화하고 여러 곳에 조언을 구했다. 우리는 닭 200마리를 키워 일부는 아이들에게 식량으로 제공하고 나머지는 기관에 납품하거나 시장에 판매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구상했다. 국내에 있는 양계장을 찾아가 교육을 받고 설계도를 완성하였다.

물론 우간다 현지 직원들과 한국에서 함께 활동하는 RUN Korea의 우간다인 멤버로부터 많은 조언을 구했다. 그러던 중 KOICA의 CTS Idea Planner 프로그램을 발견했다. CTS Idea Planner는 개발도상국의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변화를 만들어가는 청년혁신가들의 프로젝트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기획하는 일을 지원하는 역량강화 프로그램이다. 우리는 개발협력을 체계적으로 배우고 전문가 혹은 유경험자로부터 실질적인 조언을 들을 수 있으리라고 판단하여 TF팀을 꾸려 지원했다.

물론 기본계획은 양계 사업을 개발, 발전시키는 것이었다. 하지만 양계사업만으로는 지원이 불가능했다. 대단하지 않더라도 아이디어가 일정 수준의 혁신성을 띠어야 했다. 특히 우리가 지원했을 당시는 ‘코로나19 등의 감염병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주제로 제시됐다. 그리하여 우리는 우간다 현지에서 달걀이나 식자재를 트럭으로 운반하는 서비스 등 양계 사업에 유통을 접목하는 방향으로 아이디어를 개발하여 지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