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
본문내용 바로가기
  • 아프리카 지식정보
  • KAF 자료실
  • 아프리카 위클리
아프리카 위클리

아프리카 위클리 (2024-12호): 말리, 니제르, 부르키나파소 쿠데타 이후 연방 구성 의미와 전망

관리자 / 2024-03-29 오후 3:33:00 / 256
말리, 니제르, 부르키나파소 쿠데타 이후 연방 구성 의미와 전망
No.12(2024.03.29.)
한·아프리카재단 조사연구부가 매주 전하는 최신 아프리카 동향과 이슈

말리, 니제르, 부르키나파소 쿠데타 이후 연방 구성 의미와 전망
임기대 부산외국어대학교 프랑스어과 교수
2024년에 들어서 세계 지역 질서는 주요 강대국들이 직접 충돌을 자제하면서도 자신들의 세력권을 강화하면서 경쟁국들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팽배하다. 이는 자국 중심 연대(Coalition)를 구축함으로써 경쟁국을 압박하려는 의도이고, 수년 전부터 지속되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아프리카 사헬(Sahel) 지역에서는 기존의 지역 질서를 뒤흔드는 새로운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지역 내 패권 국가인 프랑스 및 유럽연합(EU)의 퇴조, 러시아의 등장, 더불어 지역의 대표적인 기구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nomic Community of West African States: ECOWAS)*와 서아프리카경제통화동맹(West Africian Economic and Monetary Union: WAEMU)** 간의 관계, 테러집단의 활동을 부추기며, 지역에서 쿠데타에 의한 군부 정권의 정권 장악을 유리하게 해주고 있다. 게다가 이런 여러 지역 정세 변화와 테러집단의 활동으로 빈곤, 난민, 기후변화 등에 취약해지면서 오늘날 국제사회의 이목을 받고 있다.
* 프랑스어로는 CEDEAO(Communaute Economique des Etats de l’Afrique de l’Ouest)로 불린다
** 프랑스어로는 UEMOA(Union Economique et Monetaire Ouest Africaine)로 불린다
+ 사헬 3국 ‘쿠데타 벨트’와 지역 정세 변화
2020년 8월 18일 말리 군부는 부패, 경제 불안, 불안 등의 혐의로 이브라힘 부바카르 케이타(Ibrahim Boubacar Keita) 대통령을 축출시키며 쿠데타를 일으켰다. 권력을 잡은 퇴역 장교 출신 은다우(Bah N’Daw)는 정권 찬탈 18개월 내로 민정 이양을 약속했지만 쿠데타 주역이며 부통령이었던 아시미 고이타(Assimi Goita)가 이끄는 군부가 또다시 쿠데타를 일으켰다. 그는 2021년 5월 24일 정권 찬탈에 성공하며 5월 28일 사실상의 대통령에 취임했다. 


부르키나파소 군부는 2022년 1월 24일 크리스티앙 카보레(Christian Kabore) 대통령을 쿠데타를 통해 추출했다. 카보레 대통령의 최측근인 군부의 다미바(Paul-Henri Damiba) 중령이 정권을 탈취했지만 자신의 부하격인 이브라힘 트라오레(Ibrahim Traore) 대위가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내주었다. 2022년 9월 30일 트라오레 대위가 스스로를 국가 원수로 선포하고 10월 2일 대통령직에 올랐다.


니제르에서는 2023년 7월 26일 대통령경비대 사령관인 압두라하마네 치아니(Abdourahamane Tchiani) 장군이 민주적 절차를 통해 선출된 모하메드 바줌(Mohamed Bazoum) 대통령을 구금하면서 쿠데타를 일으켰다. 7월 27일 군부가 치아니에 충성을 맹세하고, 치아니 스스로 7월 28일 정부 수장임을 선포했다. ECOWAS는 니제르 쿠데타에 대해 말리와 부르키나파소의 경우보다 더 냉정하고 단호한 입장을 취했다. 이는 ECOWAS라는 지역 기구의 존재 이유와 무관치가 않다. 정당한 절차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을 군부가 추출했다는 이유에서다.
* ECOWAS는 서아프리카 15개국이 경제통합을 촉진하기 위해 1975년 창설한 기구이다. 15개 회원국 중 8개국이 프랑스어를 사용하며, 사람과 상품의 자유로운 이동, 민주주의와 굿 거버넌스에 관한 의정서를 채택(2001)하여 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제재를 가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상기 3개 국가 중 ECOWAS가 유독 니제르에 군사 개입까지도 불사하겠다고 하는 것은 민주적 정권이 찬탈되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사헬지역 3개국은 흔히 말하는 ‘쿠데타 벨트*’의 핵심 지역이 되었다. 하지만 3개국에 대한 서구와 지역기구의 반발이 이어졌다. 특히 지역에서의 맹주임을 자처한 프랑스는 2021년 12월 23일 말리에서 프랑스 군 철수를 발표하고, 인접국인 코트디부아르와 유럽의 영국, 독일, 스웨덴도 자국 병력을 말리 다각적 통합안정화 임무(Multidimensional Integrated Stabilization Mission in Mali: MINUSMA)에서 철수시키겠다고 결정했다. 결국 2023년 6월 30일 UN안보리는 유엔평화유지군 MINUSMA의 임무 종료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하며 12월 31일 최종 철수를 했다.
* 쿠데타 발생 가능성이 높은 사헬지역을 지칭하는 지정학적 신조어이다. 이 지역은 상술한 3개국 이외에도 수단, 기니 등에서 쿠데타가 발생하면서 아프리카 대륙의 동서쪽으로 체인 모양을 형성하고 있다. 

트라오레가 집권한 부르키나파소는 쿠데타 발생 직후인 2023년 1월 2일 프랑스 군 주둔 협정을 파기하고 프랑스 군을 추방했다. 4월 1일에는 부르키나파소에서 활동한 프랑스 언론사(RF1, France24), 이후에는 르몽드(Le monde)와 리베라시옹(Liberation) 기자를 추방하며 사실상 프랑스와의 관계를 파기했다. 니제르는 치아니 집권 이후 지속적으로 프랑스에게 떠날 것을 요구하며 9월 27일 프랑스 대사를 추방했다. 2023년 12월에는 프랑스와의 조세 협정을 무효화했고, 1,500명의 프랑스 군이 12월 22일 니제르에서 철수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들 국가들은 반(反) 프랑스를 외치며 자신들의 정권 탈취를 정당화했고, 해당 국민들은 이들 군부에 연호하고 있다. 이들 3국 지역민은 같은 ECOWAS 회원국이면서 WAEMU 회원국인 해안국의 코트디부아르, 세네갈, 베냉 등의 지역민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 지역민이 프랑스에 일방적으로 예속되어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자신들을 범아프리카주의를 위해 투쟁하는 범아프리카인이라고 자부심을 느끼는 정서적 연대감이 있다. 상기 3개국의 쿠데타에서도 국민들이 군부를 지지한 건 자신들의 독립성을 스스로 쟁취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서구의 군 주둔은 지역 상황을 악화시켰고, 이는 프랑스와 서구에 대한 실망과 환멸로 이어졌다. 이 틈을 러시아가 재빠르게 비집고 들어오면서 지역 질서가 새롭게 꿈틀대는 양상이다. 러시아는 이미 말리에서 용병그룹 바그너(Wagner)가 1,000여 명을 주둔시키고 있으며, 부르키나파소에서는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수십 명, 니제르에서도 몇 명 정도가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실제 베냉은 니제르 쿠데타 이후 니제르와의 국경 폐쇄를 결정했다. 2024년 들어서는 ECOWAS가 제재 해제를 발표하면서 베냉도 국경 개방을 재개했지만 이번에는 니제르 군부가 국경을 폐쇄했다.
 
그동안 프랑스가 주도적으로 개입하고 미국 등의 국제사회가 지원하는 형태를 띠었던 사헬지역이 상기 3개국의 쿠데타로 서방 세계에 불리한 양상으로 변하면서, 아프리카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사헬지역 지도자, 특히 군부 지도자들은 프랑스의 지역 패권이 약화된 틈을 감지하고 새로운 동맹국으로 러시아를 주목하기 시작했으며 러시아 또한 아프리카에서의 영향력을 넓히기 위해 쿠데타로 집권한 군부 지도자들을 지원하고 있다. 러시아가 말리와 부르키나파소를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나 니제르에서 쿠데타 발생 시 러시아 용병 그룹 바그너가 지난해 7월 28일 즉각 쿠데타를 환영하는 메시지를 낸 것은 이런 맥락에서이다.
+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 공동 탈퇴
말리, 부르키나파소, 니제르의 쿠데타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는 프랑스 군과 MINUSMA 철수로 이어졌고, 미국도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니제르 군부와 ECOWAS 간의 갈등은 지역사회의 갈등을 야기했다. 이미 말리와 부르키나파소에서의 쿠데타에 대해 ECOWAS는 우려를 표하고 있었던 데다, 니제르에서 쿠데타가 발생하자 매우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ECOWAS는 니제르 쿠데타 직후 군부 정권 장악을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민주적으로 선출된 바줌 대통령에게 권력을 넘겨주지 않으면 군사적 개입도 불사하겠다고 경고했다. 러시아 용병그룹 바그너가 쿠데타를 환영하는 메시지를 낸 날이었다.

ECOWAS가 유독 니제르 쿠데타 이후 강경 입장을 택한 것은 말리와 부르키나파소 쿠데타의 흐름이 니제르는 물론 지역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니제르는 다른 두 국가와는 달리 서방과 ECOWAS 국가, 심지어 지역 안정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한 북부의 알제리와도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었다. 

이에 대응하여, 2023년 7월 29일 EU와 프랑스는 니제르에 대한 재정 지원 중단을 선언했다. 7월 30일에는 ECOWAS 지도자 간 회담에서 바줌 대통령을 석방하지 않을 경우 경제 조치 및 군사 개입을 경고했다. 아프리카연합(AU)은 5일 전인 7월 25일 니제르에 최후통첩을 전하기도 했다. 독일 또한 니제르에 대한 모든 중단을 발표했고, 서아프리카중앙은행(BCEAO)은 니제르에 대한 300억 세파프랑(CFA) 채권 발행을 중지했다. 

니제르와 막역한 관계를 맺어온 알제리는 니제르의 문제 해결을 자처했지만 집권 군부와 방식 차이로 거리를 두고 있다가 최근 들어서야 관계를 재설정했으나* 결국 니제르 군부에 의해 다시 거부되었다. 알제리는 이미 말리 내전부터 지역 문제의 중재자를 자처해오던 터였다. 실제 알제리는 말리와 특히 니제르에서 유입되는 난민으로 골치를 앓고 있기에 이 지역의 안정화가 자국의 안정에도 기여한다고 보고 있다.**
* 알제리와 니제르의 국경 개방은 사하라의 타만라세트(Tamanrasset)에서 이뤄지며, 일주일 중 수요일 한 차례에 이뤄진다. 영공 개방은 쿠데타 발생 이후 폐쇄되었지만 9월 4일 재개방되었다.
** 알제리의 말리, 니제르에 대한 관심은 투아레그인의 존재와도 무관치가 않다. 말리에 70만 명, 니제르에 280만 명, 알제리에 15만 명이 있는 투아레그인들은 같은 언어와 문화를 공유하고, 국가 간 경계는 있지만 이들 간의 왕래는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알제리 정부는 말리, 니제르의 불안정은 알제리의 안정에도 위협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여 지역 안정화를 위해 늘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다. 한동안 사헬지역 테러집단 척결을 위해 프랑스 및 서방국가와 공조를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이다.

하지만 ECOWAS가 군사 개입 가능성까지 거론하자 니제르는 2023년 8월 6일 ECOWAS의 입장을 거부하고 러시아의 바그너에 도움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동시에 상기 3개국은 이에 반발하며 사헬국가연합(Alliance des Etats du Sahel: AES)을 주도적으로 창설하고 2024년 1월 28일에는 ECOWAS에서의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은 ECOWAS의 압력에 대한 반발로 발생한 것으로, 이로 인해 ‘서아프리카 브렉시트’(West-African Brexit)가 발생한 셈이다.
+ 사헬국가연합(AES) 구성과 세파프랑(CFA)
2023년 9월 16일 말리, 부르키나파소, 니제르의 군사 지도자들이 상호 방위 협정인 사헬국가연합(AES)을 설립하겠다며 립타코-구르마(Liptako-Gourma) 헌장을 발표했다. AES는 범아프리카 정신을 위배하는 ECOWAS를 두고 주체성이 없는 조직이라고 비난했다. 공동 성명을 통해, “ECOWAS는 외세의 영향 아래 있고 창립 이념을 배신함으로써 범아프리카주의 정신에서 멀어졌다"고 주장하며 설립 의지를 천명했다.


3개국 연합은 인구 7천만 명 수준으로 말리제국(1235-1670년)의 영토나 프랑스 식민지배 당시의 사하라사막지역공동기구(Organisation commune des Regions sahariennes: OCRS, 1958년), 오늘날의 세네갈과 말리를 포함하는 말리연방(1959년~1960년) 등의 영토와 중첩된다. 이는 범아프리카주의, 아프리카인의 역사성을 통해 영토를 구상했다는 차원에서 AES와 결부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이들 3개국은 더 나아가 2023년 11월 25일 재정·경제부 장관들이 모여 안정기금과 투자은행 설립, 경제통화동맹 심의위원회 설치를 건의하겠다고 선언했다.

더불어 AES의 재정·경제부 장관은 WAEMU에 대한 대안을 찾으려 한다.  WAEMU은 말리와 니제르의 WAEMU 계좌 접근을 차단하는 조치를 취했고 그 결과 말리와 니제르에서 금융 위기와 채무 불이행이 발생했다. 니제르에서는 유럽과 미국의 예산 지원 중단까지 이어지면서 2023년 10월 국가 예산의 40%를 삭감하기도 했다. 국가 재정이 좋을 리가 없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2023년 12월 2일에는 말리, 부르키나파소, 니제르 외무장관들이 연맹 결성이라는 목표를 두고 모였다. 말리 수도 바마코(Bamako)에서 회동한 외무장관들은 연방체 형성을 위한 세부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각국의 최고 지도자들과 논의한다고 발표했다. 상술했듯이 2024년에 들어서면서 이들 국가는 ECOWAS 탈퇴를 시사했다. 게다가 2024년 2월 11일 부르키나파소의 트라오레는 3개 국가가 세파프랑(CFA) 통화 사용을 중단할 수 있다고 암시하면서 AES가 점진적으로 연합체를 갖춰가고 있음을 암시했다. 

니제르의 치아니 국가수반도 세파프랑(CFA)을 포기하는 것은 ‘주권’의 표시이자 프랑스 식민지화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언급하며 사실상 기존 질서에서 완전히 독립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렇듯 강경한 의지는 AES가 진정한 경제통화연합을 향해 나아가려는 것을 방증한다. 

그런데 이 3개국이 새로운 화폐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에 대한 의문이 있고 경제 빈국이라 할지라도, 간과할 수 없는 것도 있다. 니제르는 세계 7위의 우라늄 생산국이며 부르키나파소는 아프리카에서 세 번째 규모의 면화생산국이다. 말리는 사헬지역 70%의 금을 생산하는 국가이다. 문제는 주변국과 서방국의 제재가 어떤 영향을 미칠 지이다. 

당장 니제르는 ECOWAS와 국제사회의 지원 중단 이후 사회경제적 상황이 최악에 이르고 있다. 말리, 부르키나파소에 비해 피해가 적었던 니제르에서는 쿠데타 발생 이후인 2023년 하반기 2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는 말리에서 쿠데타 집권 이후 5,000명 이상, 부르키나파소에서 2022년 9월 이후 4,100명 이상이 죽어간 것에 비하면 적은 수이지만 서방 세계의 철수 이후 이 지역이 더 이상 테러와 무관한 나라가 아님을 입증한 것이다. 불안감이 지속되자 이들 3국은 2024년 3월 6일 안보합동군을 발표하며 독자적인 군사작전 가능성을 내보이고 있다.

+ AES, 지역의 소다자주의(Minilatelalism)?
말리, 부르키나파소, 니제르가 반(反) 프랑스 기치를 걸고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은 ‘주권’ 회복과 식민지배 잔재 청산이라는 대의성을 가지고 있다. 프랑스 군 철수 및 조세 협정 무효화, 세파프랑(CFA) 존 탈퇴, 합동 연합군 창설 등은 이들 국가가 ‘주권’ 회복과 지역 안정이란 기치 아래 뭉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해당 국민들이 적극 지지하는 것도 집권 군부가 힘을 얻는 이유이다. 하지만 세파프랑(CFA)을 버리는 것은 ECOWAS 탈퇴 이상의 복잡한 위험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어 러시아와 같은 외세의 도움을 얻으려 하고 있다. 테러로 인한 지역 불안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으로 자체 연합군을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러시아 등의 외부 세력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관계 설정 변화는 그동안 이 지역에 투자한 서방의 논리를 무력화시키고 적어도 당분간은 지역의 헤게모니와 질서를 재편성해갈 것이다.

ECOWAS가 존재하지만 지역 전체를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은 부족해 보인다. 지난 수십 년의 사례를 보면 지역공동체 안에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협력 형태를 구성원들이 불편해하는 것 같고 응집력도 그리 단단해 보이지 않는다. 특히 2011년 말리 사태 이후 발생한 테러집단의 증가, 그 여파로 인한 지역민의 피해는 미래지향적 비전을 설계하기보다 당장의 상황을 해결하는 것이 더 급한 일이 되었다. ECOWAS 내 해안가와 내륙 지역 국가 간의 정서적 이질감은 이런 소다자주의(Minilatelalism) 형태를 촉발시키며 AES와 같은 연합체를 이루는 하나의 원인이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이 치밀한 과정을 거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궁극적인 문제 해결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말리와 부르키나파소 지도부는 여러 민족집단 중 가장 큰 민족집단이 권력을 장악했지만, 니제르의 경우 다양한 민족집단 대표들이 권력 기구에 균형있게 포진해 있다.* 말리와 부르키나파소에서는 테러로 인해 지역민의 분노가 극에 달했지만 니제르는 이와는 다소 다른 상황을 겪고 있었다. 실제로 2011년 이후 테러로 인한 피해와 사망자는 말리와 부르키나파소에 집중되어 있었다.
*니제르 군부가 바줌 대통령에 반기를 든 이유도 바줌 대통령이 소수 아랍계인데, 프랑스 등 서방에 친밀한 정책을 하며 정권을 주도하기에 군부 내 다른 민족 출신의 군인을 등에 업고 치아니가 쿠데타를 일으켰다는 분석도 있다.

오히려 니제르에서는 테러집단의 활동보다 말리, 부르키나파소, 나이지리아 등의 테러집단 활동으로 인해 유입된 난민과 지역민의 갈등, 경제 상황 악화 등의 문제가 발생하며 정부에 비우호적이었다. 이런 상황이 군부 쿠데타 지지로 이어진 것이다. 말리와 부르키나파소에서는 젊은 장교들이 쿠데타 주역이지만 니제르는 장군들이 국가의 요직에 올라 있다. 쿠데타의 주된 원인이 국방과 치안에 대한 군부의 불만, 아랍계 출신인 바줌 대통령의 지배 체제에 대한 군부의 불만이 니제르를 말리, 부르키나파소와 구분 짓게 한다.*
* 니제르의 경우 민족적인 군대 구성이 이뤄지며, 군의 지휘 체계는 민족 노선에 순응하는 체제이다.

니제르는 말리와 부르키나파소에 비해 서구에 대해 덜 적대적이었다. 프랑스에 대해서는 몇 가지 사안에 대해 단호한 입장이지만 미국과는 적어도 단절 관계를 맺지는 않았다. 미국이 니제르에 주둔하는 군사기지 두 곳은 여전히 그대로 있다. 심지어 워싱턴에서 온 신임 대사의 임명장을 수여받는 데도 문제가 없었다. 니제르는 상기 두 국가에 비해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를 서두르지도 않았다. 지역공동체인 ECOWAS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제재 해제를 요청하며 협상 여지를 남겨두고 있었다. 하지만 2024년 들어 미국과의 관계가 흔들리면서 니제르는 AES에 더욱 밀착 협력하며 기구의 결속력과 소다자주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 갈림길의 사헬, 출구는?
사헬지역 말리, 부르키나파소, 니제르의 사헬국가연합(AES) 구성, ECOWAS 탈퇴, 세파프랑(CFA) 포기 선언 등은 지역 상황을 매우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상기 3개국 군사정부는 식민통치 국가인 프랑스와의 오랜 군사 관계를 단절하며 사헬지역에서 프랑스의 영향력을 감퇴시켰다. 프랑스와 서방과의 관계 대신 러시아, 중국, 이란 등과 우호 관계를 맺음으로써 알카에다와 이슬람국가(IS)와 연계된 무장세력과 싸우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그렇다고 AES 국가들이 당장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미 니제르는 지역에서 발생하는 테러, 경제 악화 등으로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 Golbal Terrorism Index 2024에 따르면, 특히 부르키나파소의 경우 2023년 테러로 인한 사망자가 전 세계 국가 중 가장 많은 23%를 기록하고 있다. 말리는 4위에 있다.

2024년 2월 24일 ECOWAS 특별정상회담이 나이지리아 아부자(Abuja)에서 열렸다. 가장 중요한 의제는 군부가 집권하고 있는 상기 3국에 대한 제재 조치 일부를 해제하는 것이었다. 말리의 경우 ECOWAS 내 전문직 채용 제한을 해제했다. ECOWAS는 특히 니제르의 국경과 영공 재개방, ECOWAS와 니제르 간 금융거래 승인, 국가 자산 동결 해제 등을 했다. ECOWAS는 이러한 조치를 인도주의에 근거한 것이라 하면서도 여전히 바줌 대통령을 석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과 프랑스 또한 ECOWAS와 같은 조건을 니제르 군부에 내걸고 있다. 반면 AES 3국은 ECOWAS가 프랑스 및 외세의 영향을 받으며 종속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각을 세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동안 상대적으로 큰 마찰이 없던 미국과 니제르 관계가 최근 들어 급변하고 있다.

2024년 3월 16일 니제르 군부는 미군의 니제르 주둔이 더 이상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 군사협력 중단을 발표했다. 미국 정부가 문제 해결을 위해 아프리카 담당 특사인 몰리 피(Molly Phee)를 니제르에 파견한지 채 일주일도 되지 않아 미국에 단호한 입장을 밝힌 것이다.
 
ECOWAS와 서방 국가들이 사헬지역에서 테러집단의 활동과 쿠데타 확산을 우려한다는 것을 AES 국가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이 와중에 니제르는 AES와 동맹 관계를 굳건히 하면서 미국과 관계 중단을 선언했다. 게다가 니제르는 그동안 주저했던 동맹국을 적극 찾으려 하는 모양새다. 니제르 총리와 국방부장관이 1월 16일 모스크바(Moscow), 1월 24일 테헤란(Teheran)을 방문한 것은 여러 면에서 시사 하는 바가 크다.

말리와 부르키나파소처럼 니제르도 프랑스를 내쫓았는데, 미국마저도 같은 방식으로 대하려는 것 같다. 적어도 니제르는 미국과 관계 유지를 지속할 수 있을 것이며 이럴 경우 AES의 결속력도 느슨해질 것이라 판단한 서방 세계로서는 난감한 상황이 된 것이다. 미국은 그동안 니제르에 대테러 시스템 설치에 1,100억 유로를 쏟아 부었고, 650명의 군인을 주둔시키고 있다(2023년 12월 기준). 무엇보다 어떤 식으로든 니제르와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해왔지만 이번 니제르 방문에서 미국 정부 대표단은 심한 모욕을 당했다. 지난 3월 12일 몰리 피 특사가 니제르를 방문하여 치아니를 만나고자 출국을 하루 더 미루기까지 했지만 결국 만남은 성사되지 못하고 문전박대를 당했다. 이는 니제르 군부가 미국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었음을 입증한다.

이 지점에서 서구 국가들, 그리고 이들과 강한 결속력을 갖고 있는 ECOWAS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테러 척결이라는 명분으로 군사에만 초점을 맞춘 서구의 전략을 거부하는 AES가 2024년 들어 더 강경 일변도의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거버넌스 강화, 기후환경 변화 및 지역 안정 대책이 중요하지만, 당장 정치적 대화를 할 수 있는 출구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이런 점에서 기니만(Gulf of Guinea)에 인접한 토고*나 북쪽의 알제리는 AES 국가들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소통과 교류를 할 수 있는 국가들이다. 이들 국가들을 활용하면 적어도 대화 창구를 마련하여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갈 수 있지 않을까. 
* 니제르의 치아니는 2023년 12월 8일 직접 토고를 방문하여 국경 개방을 논의했고, 2024년 들어 무역 교류에 관한 실무 협상을 진척시키고 있다. 이미 말리와 부르키나파소는 토고와 무역 파트너 관계를 맺고 있다.

세계 최빈국들의 기구라는 점에서 AES를 간과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지정학적 위치*, 자원 등을 고려할 때 현재로선 어떤 식으로든 대화와 평화적 문제 해결을 위한 창구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성공적인 민주주의 전환을 위해 ECOWAS와 AU, EU, UN 등 국제행위자의 역할 확대와 더불어 진정성 있는 숙고 및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 테러집단 뿐만 아니라 니제르는 프랑스의 주요 우라늄 공급 국가이다. 동시에 프랑스는 니제르를 관통하는 석유 및 가스 파이프라인 프로젝트에 공을 기울이고 있다. 니제르-베냉 송유관, 사하라 횡단 가스관, 차드-카메룬 송유관과 연결되는 니제르-차드 송유관의 중심에는 니제르 영토가 있다.


  임기대

 부산외국어대학교 프랑스어과 교수/중앙도서관장

 프랑스 파리7대학 언어역사인식론 박사

  
임기대, “프랑스어권 아프리카 '사헬' 지대의 구조적 문제와 쟁점들에 관한 연구 - 말리를 중심으로 -”, 불어문화권연구 27권, 171-207. 2017.12.
임기대, “말리 내전과 사하라-사헬지대 문제에 대응하는 프랑스의 입장에 관한 연구”, 프랑스 문화 연구 37권, 235-264. 2018.06.
임기대, “프랑스어권 사헬(Sahel)지역에서 프랑스와 외부 세력의 개입에 관한 연구”, 한국아프리카 학회지 65호, 67-96. 2022.06.
임기대, “사헬지역 테러집단과 ‘쿠데타 벨트’에 주는 함의”, 인문학연구 62권, 191-211. 2023.12.
임기대, “아프리카 ‘사헬’(Sahel)지역에서 러시아에 도전받는 프랑스”, 한국아프리카 학회지 70호, 165-.194. 2023.12.
임기대, “프랑스어권 사헬(Sahel)지역의 쿠데타 발생과 프랑스, 알제리의 입장에 관한 연구”, 한국프랑스학논집 125권, 129-156. 2024.02.
Africanews, “Niger: General Abdourahamane Tiani on official visit to Togo”, 2023.12.09.
Africanews, “Terrorism in the Sahel: AES force will be “operational as soon as possible”“, 2024.03.07.
Le Point, “Apres la France, le Niger rompt sa cooperation militaire avec les Etats-Unis”, 2024.03.18.
Aljazeera, “Mali, Niger and Burkina Faso establish Sahel security alliance”, 2023.09.16.
Aljazeera, “Debate on ditching CFA begins as Burkina Faso, Mali, Niger forge new path” 2024.02.23.
Aljazeera, “ECOWAS lifts sanctions on Niger amid tensions in West Africa bloc”, 2024.02.24.
AP News, “Niger’s junta says US military presence is no longer justified”, 2024.03.17.
BBCNews, “Comment la levee des sanctions de la Cedeao est-elle accueillie, et quel impact pourrait-elle avoir?”, 2024.03.01.
Global Magazine, “West Africa: What will happen after the “Sahel-Exit”?”, 2024.01.29.
Modern Diplomacy, “Alliance of Sahel States Departure from ECOWAS: Implications for WAEMU and the CFA Franc”, 2024.02.03.
Le Monde, “Au Sahel, la multiplication des attaques djihadistes met a mal la propagande des regimes putschistes”, 2023.10.10.
Le Monde, “L’Alliance des Etats du Sahel, pari securitaire et acte de defiance diplomatique”, 2023.12.14.
Le Point, “L’Alliance des Etats du Sahel : un projet confederaliste en questions”, 2024.03.04.
Radiofrance, “Pourquoi les Etats-Unis, renvoyes du Niger, vivent la meme epreuve que la France partout au Sahel”, 2024.03.18.
Reliefweb, “Global Terrorism Index 2024”, 2024.03.06.
Reuter, “West Africa's 'Brexit' moment spells trouble for the region”, 2024.02.01.
United States Institute of Peace, “Can Algeria Help Niger Recover From Its Army Coup?”, 2023.10.05.
  1. 주요 발간물 ( 「아프리카 비즈니스 가이드」,  「아프리카 주요이슈 브리핑」,  「이야기로 만나는 아프리카」, 「Af-PRO 한국과 아프리카를 잇다 - 세 번째 이야기」 )
  2.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코로나19 확산 관련 한국발 입국자에 대한 조치 현황 안내 [바로가기]
06750 서울시 서초구 남부순환로 2558, 외교타운 4층 한·아프리카재단
 · TEL : 02-722-4700 · FAX : 02-722-4900
 kaf@k-af.or.kr
수신거부 Unsubscri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