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강연 ‘추의 미학’에서 백 작가는 전통적인 아름다움의 개념에 도전하며 ‘추함, 혐오, 기괴함도 예술이 성찰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공포 문학과 철학적 담론을 바탕으로 괴물성과 인간성, 추의 미적 가능성을 탐구했다. 특히 플라톤(Plato), 프로이트(Sigmund Freud), 조르주 베르나노스(Georges Bernanos) 등의 사유를 바탕으로 악과 병, 기형 등의 주제를 ‘공포의 언저리’라는 개념 안에서 예술적으로 재해석할 수 있음을 제시했다.
두 번째 강연 ‘소설의 형성’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의 시학(Poetics)부터 현대 소설에 이르는 플롯의 개념과 구성 원리를 분석했다. 백 작가는 플롯이 단순한 사건의 나열이 아니라 인물의 내적 갈등과 심리적 복합성을 반영한 인과적 구조라고 강조했다. 도스토옙스키(Fyodor Dostoevsky)의 지하로부터의 수기(Notes from Underground)를 비롯해 장르별 정서의 특징(로맨스-사랑, 스릴러-긴장, SF-호기심)을 예시로 들어 감정 중심의 서사 설계 방식을 소개했다.
강연은 단순한 문학 이론 강의에 그치지 않고, 학생들과의 대화를 통해 문학이 인간의 불안과 모순, 공포, 상처마저도 사유하고 예술화하는 힘을 갖고 있다는 점을 전달했다. 특히 백 작가가 언급한 일본 문학의 영향은 한국 문학의 탈경계적 성격을 보여주며, 동아시아 문학 전통의 상호 연관성을 부각시켰다. |